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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맴맴 Jun 14. 2024

급하게 산 대가

무심하고 시크하게 산다는 것

내 방 드로잉



저 방이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하지만,

그 시간에 내가 어땠는지는 기억한다.

그림을 끼고 살았던 거 같다.

저 당시 외주라는 걸 처음 받아보고, 디자인 못한다는 말에 울고, 사회의 쓴맛을 경험했던 때.

기타를 친다고 샀던 기타가 있고, 살아있던 고양이도 있다.

책상을 바꾸기 전에 썼던 나뭇결 책상이 있고.

난 저 시간을 많이 지나고 나서야 그때를 사랑하게 됐다.


끝나지 않는 내 근본적인 문제는,

내 몸을 아프게 만들어서 도망치게 만들고

그 도망침으로 쉼을 얻는 이상한 형태를 갖게 되었다.


지금까지 누적되고 반복해져 온 나만의 도망치는 방식은 사람들의 동정심을 사기에 충분했고

나를 도망치게 놔두기에 적합했다.

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하기 싫은 거,

하고 싶지 않은 거,

못하겠는 거,

등등 부정적인 관계적인 나만의 도망치는 방법은

사람들에게 아직도 통한다.


사악한 나는

그 방법을 많이 쓰기도 하고

쓰면서 죄책감을 가져와 스스로를 다치게도 하며,

혼자 괴로운 시간을 견디는 이상한 고문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적어도 20년 정도의 패턴.


상담선생님은

어린 시절부터 있어온 경험이,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삶을 잘 해내기 위한 매뉴얼 따윈 없다.



언제부터 저 생각이 자리 잡은 걸까.

알 수가 없다.





난 오늘도 도망쳤고,

내일도 도망칠 것이다.

훗날의 내가 후회할 것이고.

그 후회를 감당할 나를 생각하지 않은 채 나는 또 도망칠 궁리 중이다.



나에게 이타심이 무엇인가.

난, 나를 너무 아낀다.



나를 사랑한다 말하는 내 주변인들은, 나의 이런 속내를 모르겠지

너무나도 은밀하고 신에게 들킨 내 이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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