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글에
'청소년기 때 읽었을 땐 나도 토오루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토오루(여주인공) 같은 사람이 돼야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성인이 되어 다시 보니, 돌아보면 토오루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가 나였고
나도 토오루 같은 존재를 원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라고 적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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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후르츠바스켓 리메이크를 또 봤다.
내가 수많은 만화와 애니를 접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본 만화는 후르바랑 귀칼이다.
그만큼 나에게 중독성이 있다.
귀멸의 칼날을 보고서 왜 오타쿠들이 애니 대사를 외우고 다니는지 이해가 될 정도로 캐릭터에 푹 빠졌다.
여하튼, 후르바를 다시 봤는데
전에도 썼듯이 토오루 같은 존재를 원했다고 썼으나 다시 보니 다른 게 보였다.
토오루 주변의 캐릭터들.
그들이 토오루랑 잘 지내는 이유는 하나였다.
토오루가 성격이 좋아서 모두와 잘 지내는 거라고 생각했던 관계는,
다른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토오루의 배려를 알아봤고 고마워했다.
그리고 잊지 않았다.
그래서 가능한 거였다.
남에게 바보같이 보일지라도
그들에겐 토오루가 바보가 아님을 각 캐릭터가 증명해 주고 있었다.
토오루는 그저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들에게 대했을 뿐인데 그들에게 위로가 되었다.
토오루 자체가 그런 사람이기도 했지만,
다른 캐릭터들이 토오루를 알아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후르바에선 모두가 심적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싸우는데, 사연마다 그 상황을 모두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각 캐릭터들의 감정은 살면서 한 번은 겪어봤을, 정말 흔한 감정을 다룬다.
그리고 그 흔한 감정은 우리를 어둠으로 이끈다.
토오루가 그 감정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태도는, 각 캐릭터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만약 주변캐릭터가 마냥 착한 것만 같은 토오루를 향해
비난하며 괴롭히듯 만만하게 대했다면 토오루는 그들에게 그 토오루가 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캐릭터들이 토오루라는 캐릭터를 알아줌으로써 토오루는 토오루가 될 수 있었다.
토오루가 하는 건 특별하지 않은데, 특별하다.
나약한 말을 인정해 주며 격려하고, 응원하고, 베풀고, 기다리고, 그저 그 자리에 있다.
나는 토오루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미숙한 주변 캐릭터에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그 주변 캐릭터도 만만치 않은 존재였던 것이다.
주변 캐릭터처럼 나는 토오루 같은 사람을 알아차릴 수 있을지 생각해 봤다.
토오루는 주변 캐릭터들을 존재 자체로 옆에 존재하는 것에 감사함을 드러낸다.
그 마음이 주변 캐릭터들에게 전달된다.
아프고 상처가 많은 사람에겐 토오루처럼 존재 자체를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큰 위안이 됐을 것이다.
토오루가 신경 써준 마음은 고스란히 따스함도 안겨준다.
그렇다고 해서 위로자가 되어주는 토오루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저마다 다 문제를 안고 성장하는 걸 잘 드려내며 표현한 만화다.
10대 때 처음 접한 만화가 지금까지 잊히지 않을 정도면, 그 여운은 대단하다.
캐릭터 중에 와닿았던 대사 몇 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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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당하는 키사라는 애가 있는데, 왕따에 못 이겨 학교에 안 나와서 담임이 편지를 적어서 보냈다.
'..(생략)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네가 자신을 좋아하는 거야 자신의 장점을 찾아서 자신을 좋아하도록 해 봐 자신을 싫어하는데 남이 좋아해 줄리 없잖니?'
편지를 읽은 유키가 말한다.
'근데 자신을 좋아한다는 게 대체 어떤 걸까? 장점은 어떻게 찾으면 되지?
싫은 점밖에 모르는데 모르니까 싫은 건데
그런데 꾸역꾸역 찾아봤자 억지 같아서 허무해
그게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누군가에게 '좋아해'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을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해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을 조금은 용서할 것 같은,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선생님이 말하는 말을 지금도 돌아다니는 말이고, 내가 10대 때도 들었던 말이다.
그때 내 생각을 다른 시점으로 보게 만든 대사였다.
만화책으로 처음 접한 저 대사가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맴도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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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라는 토오루 절친이 있는데 유키를 좋아하는 세명(팬클럽)의 여자가 사키의 약점을 캐러 집으로 감.
거기서 메구미(사키 동생)가 유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세명에게 말한다.
'좋아한다면 무슨 짓을 해도 용서된다고 생각해선 안돼
좋아하면 뭘 해도 용서된다고 생각한다면 반성하는 게 좋아 일방적으로 고조된 애정을 부딪치면, 상대에게 짐이 되거나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잊어선 안돼
상대방의 기분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잊어선 안돼 그렇지 않으면 결국 미움받게 될 거야'
이거 말고도 여러 개 많다.
사골국처럼 계속 볼수록 다른 걸 발견한다.
애니를 보면서 작가 '타카야 나츠키'에 감탄할 때
남편이 말했다.
작가가 어느 정도 저렇게 살아봤기 때문에 스토리를 지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작가에 대해 찾아본 적은 없지만,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결국 창작물은,
내 안에서 나오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