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스텝1. 비경력자 & 신입디자이너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회의실.
긴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잔,
그리고 노트북을 사이에 둔 사람들.
한쪽에서는
“이 브랜드는 이번 시즌에 이렇게 가야 한다”며,
메인컬러와 레이아웃을 바꿀 것을 제안하고(인하우스),
다른 한쪽에서는 “지난번에 말씀해 주셨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인데요?
이렇게 되면 몇일 밤을 세워야 마감을 맞출 수 있겠네요 ㅠㅠ ”라고 대답을 한다(에이전시).
둘 다 디자이너의 하루다.
하지만 그 하루의 공기와 속도,
결정권과 스트레스의 결은 전혀 다르다.
우리는 이것을 ‘인하우스’와 ‘에이전시’라고 부른다.
겉으로 보면 같은 ‘디자이너’지만, 그 안의 세계는 꽤 다르다.
이야기를 조금 더 쉽게 하기 위해,
여기서는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겠다.
(이 단어에는 호불호가 있지만 또 제일 쉽게 와닿는 단어가 이만한게 없기에)
말 그대로 ‘조직 내, 사내’라는 뜻이다.
회사 안에 디자인팀이 있어 자사 브랜드, 제품, 서비스를 디자인한다.
당연히 디자인의 최종 결정권자는 내부 디자인팀과 임원진이다.
즉, 인하우스 디자이너는 <갑>의 위치에 있다.
인하우스의 장점은 비교적 안정적인 일정과 낮은 야근 빈도, 그리고 워라밸이다.
반복 업무로 지루함을 느낄 수 있고, 성장 속도가 더딜 수 있지만,
하나의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다루며 깊이 있는 작업을 할 수 있다.
또한 기획·마케팅·개발팀과의 협업이 많아 비즈니스 이해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복지와 보수도 안정적인 편이다.
외부 의뢰를 받아 디자인을 수행하는 회사다.
<을>의 입장에서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며,
설득과 조율하는 것이 일상이다.
최종 결정권은 클라이언트에게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가장 자신 있는 시안을 내더라도 선택받지 못할 수 있다.
에이전시의 일상은 속도가 빠르고 일정이 촉박하다.
오전 내내 한가하다가도, 오후 늦게 클라이언트 요청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밤을 새워 마감하는 경우가 잦다.
필자 역시 광고회사 시절, 저녁 이후가 ‘진짜 근무 시작’인 날이 많았다.
그만큼 체력과 멘탈 관리가 필수다.
하지만 장점도 크다.
다양한 브랜드와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실력이 빠르게 늘고,
포트폴리오가 세련되고 풍성해진다.
특히 패션, 코스메틱 등 트렌드가 중요한 분야의 클라이언트를 맡았을 때,
짧은 시간 안에 큰 성장을 느낄 수 있었다.
■인하우스: 한 브랜드를 깊이 있게 키우고 싶다.
디자인뿐 아니라 전반적인 방향과 일정을 조율하는 역할에 관심 있다.
■에이전시: 다양한 분야를 빠르게 경험하고, 직접 디자인하며 성장하고 싶다.
다만 신입이 처음부터 원하는 쪽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은 먼저 합격한 곳에서 경험을 쌓고, 이후 자신에게 맞는 방향으로 옮긴다.
필자의 경우 20대에는 에이전시에서 빠르게 성장했고,
30대 이후에는 인하우스로 옮겨 안정적인 커리어와 워라밸을 선택했다.
시기와 목표에 따라, 최선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