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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회계사 Nov 05. 2023

어렵고 하기 싫은 일을 해내는 방법

이렇게 해도 안 되면 답 없는거다

내가 현재 일하고 있는 조직은 소위 말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그렇다 보니 개개인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관리자 개념이 없다. 대신 각각의 프로들이 자기한테 주어진 업무를 알아서 처리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잔소리 하는 직속 상사가 없다 보니 좋긴 좋은데 내가 할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알아서 챙겨야 한다(그걸 못하면 여기에서 일할 자격이 없다고 볼지도). 그런데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씩 이유 없이 너무 일하기 싫을 때가 있다. 온갖 자기합리화를 해가며 일을 뒤로 미루기도 하는데 문제는 이게 결국 100% 나에게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랜 짬에서 나오는 동물적인 감각이랄까, 이거 잘못하다가는 내가 잘못될 수 있겠다는 위기의 스멜을 기가 막히게 잘 맡는 편이다. 어차피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면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해내기 어렵다면 쳐내기라도 해야 한다). 어쩌면 생존 본능에 가까운, 내가 사용하는 몇 가지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한다.   



1. 모두에게 선언해라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에 내가 선호하는 방법이다. 만인 앞에 내가 이 일을 처리할 것이고 언제까지 끝내겠다고 (굳이) 선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신/참조에 상사, 팀 멤버들을 모두 넣고 ‘제가 ㅇㅇ 보고서를 ㅇㅇ까지 마무리해서 회람 드리겠습니다’라고 굳이 시키지도 않은 이메일을 쓰는 것이다. 단, 마지막까지 냉정하게 생각해보고 1) 어차피 결국 내가 챙겨야 할 일이 맞고 2) 언제까지는 해야 한다는 결론은 먼저 나와있어야 한다.


사람은 대부분 비슷하다. 스스로 알아서 척척 미리미리 일을 하면 참으로 아름다운 세상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불편한 상사가 싫은 소리를 해가며 쪼아줘야 긴장감이 올라오고 마감기한이 코 앞에 닥쳐야만 몸이 움직이고 머리가 돌아간다. 분명히 내가 할 일이라는걸 머리로 알고 있는데 이상하리만큼 고요한 경우가 있다. 이건 다름 아닌 평화로워 보이는 해변 저 멀리서 쓰나미가 몰려 오고 있는 위기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진짜 괜찮은 줄 착각하고 일을 뭉개고 있다가 데드라인 닥쳐서 결국 내가 온몸으로 참변을 당하는 수가 있으니 이럴 때일수록 정신 똑바로 차리고 현실을 직시하는게 현명한 선택이다.


2. 다른 곳으로 가라


매일 같은 사무실, 같은 책상에서 일을 하다보면 답답해서 숨이 막혀 올 때가 있다. 대학 시절 2-3년간 회계사 시험 준비하면서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는 명분으로 공부 장소를 도대체 몇 번을 옮겼는지 모르겠다. 학교 중앙도서관에서 한두 달 정도 하다가 답답하고 지겨워지면 경영대 도서관으로 옮겼다가 집에서도 해보고 동네 독서실, 집 근처 구립 도서관까지...하다하다 동네 스타벅스에서 며칠동안 공부한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발악 수준이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사람이라는게 환경이 바뀌면 반자동으로 리프레시가 되면서 그렇게 하기 싫었던 일을 일단은 조금이라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사무실에서 도저히 하기 싫다면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노트북을 펼쳐 고비를 넘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 있다.


3. 그냥 해라


이건 사실 필살기다. 'JUST DO IT' 이라는 나이키 슬로건도 있지 않는가. 동기부여라는게 참 그럴싸하고 좋은 말이지만 살다 보면 이게 항상 되는게 아니다. 이것 저것 다 갖추고 따져 가면서 하려고 하면 정작 중요한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해야할 일을 계속 미루고만 있으면 마음이 천근만근이고 스트레스는 점점 쌓여 가게 되는데 그게 가장 괴로운 상태이다. 차라리 책상 앞에 앉으면 마음이 비워지면서(체념? 포기?일 수도 있겠다) 그토록 고민하면서 미뤘던 일을 생각보다 별거 아닌 것 처럼 그냥 하게 되기도 한다. 어렵고 부담스러운 업무일수록 '하기 싫다, 언제 하지, 어떻게 하지' 고민만 하기 보다는 차라리 그냥 자리에 앉아서 그 일과 씨름을 하는게 훨씬 스트레스가 낮은 상황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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