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판, 첫 조각
남들과 이야기는 나누고 싶은데,
참 말을 하는 재주가 없습니다.
남들보다 많이 아는 분야도 전혀 없고,
워낙 남들에게 공감을 얻는 사람도 아니기에,
특히나
말을 길게 하는 재주가 없기에
글을 쓰는 데 한없이 주저했더랬지요.
몇 년 전 코로나가 한창일 무렵
무언가 책을 써보겠다고 나섰다가
하고 싶은 말 다 쓰고 났더니
30쪽도 채 안 나오더랍니다.
이렇게 말하는 재주가 없는 사람이
왜 자꾸 글을 쓰고 싶어 지나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정말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주저리주저리 떠들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주제가 하나 생겼으니
"아빠의 육아휴직"이라는
아직은 일반적이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어릴 적 나홀로 떠났던 그 여행에서,
한동안 잠 못 이루던 그때의 밤 중에,
혼자 술잔을 기울이던 그 많은 밤들.
그날들의 길었던 사색의 시간들과도
감히 비교도 안될 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일 년 간의 육아휴직.
그때의 못난 추억들과
매일 밤 이불 걷어차게 만드는 기억들.
절절한 순간들과,
이따금씩 떠오르는 소소한 깨달음들.
한때는 뜨거웠던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식어버린 지금
그것들을 조각조각 꺼내보겠습니다.
따뜻하게 데워드리지는 않아요.
하지만 식은 채로 제법 맛있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