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지 않으려 했던 전화
38화. 받지 않으려 했던 전화
그날 밤,
정확히 자정을 넘긴 시각에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뜬금없었다.
늘 바쁘다던 그가,
늘 시간을 쪼개 쓰던 그가
아무 설명도 없이
늦은 밤에.
미화는
벨이 울리는 휴대폰을
한동안 바라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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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화는
아무 때나
그에게 전화할 수 있었다.
보고 싶을 때,
불안할 때,
목소리가 필요할 때.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하고 싶은 걸
하지 않는 게
사랑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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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은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부담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삶에
‘관리해야 할 감정’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늘 기다렸다.
그가 전화할 때까지.
그가 찾아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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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이 멈췄다.
잠시 후
다시 울렸다.
미화는
결국
전화를 받았다.
“왜 이렇게 늦게 전화해?”
담담한 목소리를
애써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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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낮은 숨으로
웃었다.
“생각나서.”
그 한마디에
미화의 가슴이
조용히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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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서.
그 말은
너무 간단했고
너무 잔인했다.
미화는
매일 생각했지만
전화하지 않았고,
그는
가끔 생각나면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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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더니?”
미화가 물었다.
“이제 끝났어.
조금.”
조금이라는 말은
그에게 늘
많음을 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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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는
그의 하루를 묻지 않았다.
어디에 있었는지도,
누구와 있었는지도.
묻지 않는 게
성숙이라고
스스로에게
수없이 말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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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나서
미화는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다.
받지 말 걸 그랬다는 생각과
받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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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자꾸만
자신을 작게 만들었다.
미화는
그를 좋아하면서
점점 더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조심스러움이
사랑인지
두려움인지
이제는
구분할 수 없게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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