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그 무엇보다 고요한 방식으로
멈춘 숨결 속에서도 꽃은 여전히 피어 있다.
비닐의 얇은 막이 생과 죽음을 나누고,
그 안의 공기는 시간처럼 갇혀 있다.
아름다움은 숨이 없는데도 사라지지 않는다.
빛은 여전히 잎맥을 따라 흐르고,
잊힌 향기조차 온기를 남긴다.
그것은 살아 있지 않지만,
죽었다고도 할 수 없다.
멈춤과 지속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존재는 가장 선명해진다.
불교에서 말하는 ‘묘유(妙有)’ —
비어 있으되, 완전히 있는 것.
꽃은 지금 그 상태로 머문다.
사라짐의 직전,
존재는 오히려 가장 강하게 빛난다.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생의 본질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