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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품추구

눈의 바다

— 그러나 그 무엇보다 내면의 방식으로

by kmu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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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을 입은 남자는 고요히 서 있다.
그러나 그의 머리 위엔 수많은 눈이 피어 있다.
하늘과 물, 육체와 의식이 겹치는 자리.
그는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그를 통해 스스로를 본다.


시선이 많아질수록
실체는 흐려진다.
보는 자는 점점 사라지고,
‘본다’는 행위만 남는다.
그의 존재는 주체가 아닌 통로,
그를 통과해 인식은 흘러간다.


불교에서 이것은 ‘식(識)’의 환영이라 부른다.
눈은 많지만 마음은 하나,
감각은 넘치지만 본질은 공(空)하다.
그의 정적은 무지(無知)의 어둠이 아니라,
모든 인식이 멈춘 깨달음의 자리다.


눈이 닫히면 그는 사라진다.
그러나 그 사라짐 속에서
세계는 처음으로 빛난다.


그 응시의 끝에서 —
우리는 창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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