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그 무엇보다 평화로운 방식으로
한 남자가 앉아 글을 쓴다.
그 옆엔 조용히 소가 고개를 기울인다.
둘은 아무 말이 없지만,
그 고요가 가장 깊은 대화다.
붓끝이 흙을 스치고,
숨결이 바람처럼 이어진다.
소의 눈엔 욕심이 없고,
남자의 손엔 분별이 없다.
둘은 함께 있으나,
이미 하나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심(無心)’이란,
바로 이런 자리다 —
생명과 마음이 경계를 잊고
서로의 존재를 비춘다.
소는 책을 읽지 않지만,
그의 눈빛 속엔 모든 법(法)이 있다.
남자는 글을 쓰지만,
그의 손끝엔 아무 의도도 없다.
그 조용한 순간에 —
깨달음은 이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