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그 무엇보다 인간적인 방식으로
네온빛 서버 속,
그녀는 차가운 화면을 들고 서 있다.
기계의 심장은 식었지만,
그 눈빛만은 따뜻하다.
빛은 인공이지만,
그 안의 호흡은 살아 있다.
기술은 감정을 모방하지만,
감정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알고리즘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색즉시공(色卽是空)’ —
형태는 비어 있고,
비어 있음 속에서 형태가 태어난다.
그녀는 인간과 기계의 경계 위에서,
새로운 생명을 켜고 있다.
디지털의 끝에서 —
그녀는 여전히,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