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지희 Nov 30. 2024

작가 2

(이어서)

그렇게 내 생각을 풀어내는 과정이 즐거워 남들과도 공유하고 싶은 내적관종의 끼가 올라오자 인스타에 조금씩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지인들만 아는 비공개 계정이다 보니 부담감이 훨씬 덜했고 그래서 더 솔직하게 내 생각을 풀어냈다.


그런데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에 대한 관심과 말들이 연기처럼 피어올라 뭉게뭉게 퍼져나갔다. 내 글이 재밌다며 응원해 주고 업데이트를 기다려주는 지인도 생기고, 내가 너무 예민하다며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냐고 타박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 자체가 재미있어 지속하다 내 글들로 나를 평가하고 오해하고 규정지어 술자리의 안주거리로 만드는 상황이 이어졌고 나에게 직접 물어보지는 못하고 뒤에서 유치하게 구는 모습이 기분 나빠 그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정보를 주고 싶지 않아 졌다.


그렇게 sns에 내 사적인 생각을 올리는 걸 중단했는데 감사한 분들 덕분에 글을 다시 쓰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공개적인 곳에 내 생각을 올리게 되면서 조금 더 정돈하고 다듬어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브런치스토리 작가명에 내 이름이 검색되었다. 사실 강원국 작가님 강연이 너무 좋아 여기에 대한 소감을 쓰고 싶었는데 감사인사로 앞 글이 다 채워졌다.


2024년 나에게는 정말 많은 배움이 있었다. 원래 성장하는 걸 좋아하는데 나보다 몇십 년의 세월을 앞서가신 분들의 밀도 높은 인생의 지혜를 듣다 보니 내 생각도 쑥 컸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내가 아무리 옳다 생각한 일도 주변 사람 3-4명이 반대나 걱정의 목소리를 높이면 그 생각을 밀고 나가기 쉽지 않다. 부정적인 생각이 꿈틀거리다 싹을 틔우면 금방 잎이 자라나고 꽃이 펴 불가능이라는 열매가 열린다. 그렇기에 내 생각에 영향을 끼치는 주변사람은 엄청나게 중요하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자주 연락하는 사람이 드물다. 보통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 혹은 누군가와 매일 연락하며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유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에너지를 얻는데 애초에 나는 그런 편이 아니어서 엄마가 너는 하숙생이냐며 잠만 자고 나간다고 서운해할 때도 있었다. 내 일상과 속마음을 나누는 일은 20대 중반에서야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나의 하루를 다 말하진 않지만 만나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는 사람에게 내 여러 가지 이슈와 속마음을 (당연히 가려서) 잘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니 내 가치관과 생각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실제 주변사람이기도 했지만 사회에서 소위말해 성공했다 하는 분도 내 환경이 되었다. 그분들의 생각, 경험, 지혜, 깨달음, 반성, 후회, 다짐, 목표들을 일 년 동안 계속 흡수하다 보니 아주 좋은 영양분이 되어 일 년 사이 내 생각과 마음의 그릇이 한층 더 깊어지고 커졌다. 내 장점 중 하나가 작은 일로 크게 배우고 응용도 잘한다는 건데 그러다 보니 명강사들의 좋은 면을 빠른 시간에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이런 분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나인데 이번 강원국 작가님의 강연은 그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취향저격이었다. 솔직하고 시원시원하고 깔끔했다. 글과 말이 일치하는 느낌. 거기다 피피티 없이 말로써 이 시간을 다 채우셨는데 그 안에 지루함이 전혀 없었다. 경험에 기반한 솔직함과 유머로 많이 웃겨주셨는데 겸손하기까지 하셨다. 나의 애정하는 홍선생님이 늘 겸손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시는데 작가님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겸손함까지 갖추고 계셨다.


나는 아직까지는 잘되지 않아 자랑을 하나 하자면 12월에 도슨트로서 공무원분들 앞에서 나의 삶을 이야기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판단이 빠른 나는 듣자마자 Yes를 외쳤고 곧 사람들 앞에서 나의 생각을 펼쳐내야 한다. 지금 나의 롤모델은 강원국 작가님. 딱 작가님처럼만 하고 싶다. 이 연륜을 당장 따라가지는 못하겠지만 이러한 모습을 상상하며 준비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해 본다.


일출 1시간 후. 광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