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늦은 시간에 야식을 시켜 먹으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야식을 시켜 먹습니다. 건강에도 안 좋고 살도 찌고 돈도 많이 든다는 걸 알면서도 매번 유혹을 이겨내지 못해요. 바삭한 닭다리를 입에 갖다 대는 순간, 따듯한 족발을 입속에 밀어 넣는 순간. 그 순간이눈앞에 생생하게 아른거려 우리는 오늘도 배달앱을 뒤적거립니다.
때로는 배달앱을 뒤적거리는 와중에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해요.
"아... 내가 너무 인내심이 없나? 아... 돈 아껴야 하는데.아... 진짜 살 빼야 되는데ㅜㅜ."
넷플릭스를 보며 닭다리를 뜯고 싶은 나에게 맞서 또 다른 나는 이런 말을 속삭입니다. 최후의 저항을 하는 거죠ㅎㅎ 어떻게든 배달을 시키지 못하도록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만들어요.
하지만! 어림도 없습니다. 양심의 가책에 아주 잠시 젖어든 우리는곧바로 이런 생각으로 반격해요.
"에이 뭐 괜찮아~월급날 얼마 안 남았잖아? 에이~ 다음 주부터다이어트하면 되지! 에이 뭐 그래도 어제 운동 열심히 했잖아?"
결국 나 자신과 맞서 싸우려는 또 다른 나는 어떻게든 야식을 먹으려는 폭군에 무릎을 꿇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나 자신은 언제나 나를 옳바른 길로 인도하려고 노력합니다.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게으른 행동을 했을 때, 남들에게 피해 주는 행동을 했을 때 언제나 내게 똑바로 하라고 마음 속에서 소리쳐요.
하지만 우리는 매번 그 말을 무시합니다. 아니. 이런저런 핑계를 끌어오며 변명하기 바쁘죠.어제 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이유로 치킨을 시켜 먹는 나 자신을 정당화하고, 공부도 쉬면서 해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들이대며 하루종일 게임만 하고 있는 나 자신을 합리화합니다.물건을 집어던지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는 나 자신에게 '괜찮아 쟤가 먼저 화나게 했으니까 니가 이렇게 화내는 거야! 너 잘못 아냐'라는 말을 하며 자신의 폭력성을정당화하기도 해요.
이런 예시들은 내가 아닌 특정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구나 해당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에요.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완전히 솔직해질 수 없습니다. 이런저런 핑계 대지 않고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우리는 그렇게 태어났으니까요.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에 짓눌리지 않도록. 나 자신을 학대하며 우울감에 휩싸이지 않도록 그렇게 설계됐으니까요.
인간이 자신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을 솔직하게 받아들였으면 아마 모든 인간은 정신병에 걸렸을 거예요. 내 잘못은 없고 내 책임도 없고 난 못난 사람이 아니고 난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방어 기제가 있었기 때문에 인간은 지금껏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밤늦게 야식을 시켜 먹고. 하루 종일 게임만 하고, 놀러만 다니며 게으르게 사는 이유도 단순히 인내심이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매번 핑계 대고 변명하며스스로를자꾸 속이기 때문이죠.무언갈 참지 못하는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 자신을 속이고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악마의 속삭임이 언제나 함께하고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어요.이런 속삭임이유혹의 손길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거죠.
악마의 속삭임에서 벗어나려면 우리는 우리의 본능을 억제해야 합니다. 나 자신을 속이고 싶은 본능. 핑계 대고 합리화하며 자신을 지키고 싶은 본능. 지금껏 우리는 이런 본능때문에 우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 해요. 나 자신을 속이는 본능과 맞서 싸워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악마의 속삭임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