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받고 싶다
음력 12월 17일이 시어머니 생신이다.
1월 11일 아침을 먹기로 했다. 당일에는 서로 시간을 맞추지 못하니 미리 밥 먹기로 했다.
점심도 저녁도 아닌 왜! 아침이냐고?
시어머니께서 뭘 보신 건지는 모르지만 생신 아침상을 받으셔야 한다고 해서 맏이인 우리 집에서 차리기로 했다.
10일 장을 보고 저녁에 음식을 했다.
파 불고기, 만두(고기, 김치), 고사리, 숙주, 포항초, 물김치, 잡채, 미역국을 만들었다.
동서네는 회를 떠 오기로 했다.
11일 아침 시아버지 시어머니를 모시고 서방님이 오신다고 했다. 신랑이 모시러 갈 참이었는데 안 가도 되니 시간이 여유롭다.
어제저녁에 케이크가 빠졌다고 했더니 남편이 아침에 사 온다고 했다. 아침에 나가서 케이크 사 오라고 남편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좀 있다가 사 오면 되지! 하면서 늦장을 부린다. 정말 속이 터진다.
어른들을 모시고 서방님과 동서가 들어왔다. 딸기 한 상자를 들고 왔다.
음? 회는 없네? 남편이 물어봤다. 회 떠온다더니 안 가져왔어?
서방님이 아! 어머니께 회 떠간다고 했더니 그냥 가자고 했다고 했단다.
이런! 미리 안 떠놨다고?
일단 상을 차려서 먹어야 했다. 준비한 음식으로 차리고 먹는데 내가 빨리 가서 케이크 사 오라고 남편에게 시켰다.
끝까지 늦장인 것이다.(이 남자들 왜 이러나?)
명색이 생일인데 노래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먹어서 맛이 아니라 기분 아닌가?
남편이 밥 한술 먹다가 일어나서 사러 갔다. 밥 먹다가 사라진 형이 궁금했는지 서방님이 형 어디 갔어요?라고 물어본다.
아! 케이크 사러 갔어요.라고 했다. 그래요? 그러고 만다.
남편이 케이크 들고 오니 서방님이 형은 나보고 사 오라고 하지 사러 갔냐고 한다.
참 할 말이 없다. 물어는 봤는지. 노래 불러줄 생각은 했는지. 알 수 없다.
옆에서 듣던 시어머니 한마디도 안 하신다. 나름 좋으셨을 것 같다. 생일 축하 노래 어디서 듣겠나? 아니면 각자 어머니 보면서 축하한다고 해줄 것인가? 아니다. 멋없는 아들들은 그저 시큰둥할 것이다.
케이크에 초를 꽂고 노래를 불렀다. 노래도 제각각이다. 와 ~~ 이렇게 사람들이 재미가 없다.
우리 집 막둥이 아들이 어디에 따라서 노래를 불러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이다.
식사가 끝나고 다들 돌아간 후 남편과 이야기를 했다.
눈치가 왜 이렇게 없냐고 내가 한마디 했다. 미리미리 케이크 사놓으면 좋지 않냐고 말이다.
남편이 했으면 됐지! 이런다. 그리고 서방님 너무 하신다.라고도 했다. 케이크 사 오라고 말하지 그랬냐고?
생각이 있으면 더한 거라도 사 와서 축하를 해줘야지!
서방님이 따로 선물했는지는 모르지만, 기분이란 것이 있지 않나?
어머니가 어디 가서 생신 축하 노래를 들을 것이며 케이크 먹겠다고 사서 드시겠냐?
박수도 받고 축하도 받고 그러면 없던 기분도 난다.라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남편이 아! 그래 그렇겠네! 한다. 당신이 챙겨줘서 고맙다고 했다.
내가 고맙다는 말 듣자고 한 것이 아니다. 생일날 축하 노래도 없고 그냥 맹목적으로 밥을 먹는 건 아니지 싶었다. 나라도 서운했을 것이라서 하는 말이었다.
작년에도 그랬다. 울 아들 막둥이가 장염에 걸려서 나와 막둥이가 참석을 못 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꽃과 떡 케이크를 손에 들려 보냈는데 케이크 구경만 하고 노래도 박수도 안치고 밥만 먹었다고 했다. 손에 들려 보내줘도 못하는구나!
정말 멋도 없고 재미없는 아들들이다. 우리 시어머니 말씀은 안 하셔도 서운하지 않겠는가? 축하를 받고 싶은 건 누구나 똑같지 않은가?
나는 나이 먹어도 케이크에 생일 축하 노래해 달라고 꼭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야겠다.
어린아이 같으면 어떤가? 나이를 먹어도 축하받고 싶고 행복하고 싶은 건 누구나 똑같은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알아준다는 게 참 어렵다.
그러나 조금만 서로 둘러보고 관심을 가지면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