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나를 가두는 자물쇠다
침묵은 금이다
관계에 금을 긋고
끝없는 바다 위 외딴섬으로
우리를 갈라놓는다
침묵은 금으로 된 감옥
창 없는 콘크리트 벽
작은 내 목소리도 사라진다
작은 문이 있지만
커진 눈과 입을 닫는다
누군가 지켜보는 이곳은
눈뜨고 나갈 수 없는
컴컴한 고독의 방
조용히 귀를 열고
저 바다 건너
낯선 목소리를 기다린다
열쇠 없는 침묵은
쇠로 된 감옥의 자물쇠다
배경사진은 AI가 생성한 이미지이며, Google Gemini를 통해 제작되었습니다.
토드 로즈의 『집단착각』을 읽으며, 우리 삶에 감춰진 무형의 감옥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인지 '다른 사람들이 만든 ‘정상’이라는 기준에 나를 맞추기 시작했고, 그 기준에 다가서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호하려 침묵을 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침묵은 실질적인 해를 끼친다, 그것도 다양한 방면에서 해를 끼친다. 단기적으로 볼 때 침묵의 거짓말은 우리 스스로에게 상처를 남긴다. 또한 침묵은 우리가 속한 집단을 새롭고 중요한 정보로부터 차단하며, 어쩌면 우리와 다른 이들에게 부지불식간에 해를 끼치고 있었을지 모르는 기존의 정설을 강화하고 만다. 그러하여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의 침묵은 집단 착각을 만들고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고 마는 것이다. - 토드 로즈, 《집단 착각》, 2023, p.134
침묵은 종종 사람들과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고, 스스로를 외딴섬으로 밀어 넣습니다. 그곳엔 출구가 있어도 나갈 수 없고, 서로를 바라보면서도 말할 수 없는 감정만 쌓여가는 것이죠.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가 그토록 원하지 않았던 장면, 억눌린 감정이 대립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시는 그런 상황에 대한 은유며 제 자신에 대한 성찰입니다. 토드 로즈의 책을 통해 ‘침묵은 금이다’라는 익숙한 격언 뒤에 숨은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던 거죠.
우리는 스스로 감옥을 짓고, 자물쇠를 채워 고립감에 빠져사는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귀를 열고, 누군가의 낯선 목소리에 응답해 보면 어떨까요?
그것이 감옥을 벗어나는, 또 누군가를 감옥에서 끌어내는 첫 열쇠가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