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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비명

더 뜨겁게 사랑하고 노래하라

by 닥터플로

매미 소리에 잠을 설친 아이가

볼멘소리를 한다


나의 아들아,

어둠의 땅속에서 7년을 견딘

매미의 비명을 아느냐?


젖은 날개를 이끌고

몸집의 백 배나 되는 나무 위로 올라,


가쁜 숨 참고,

배가 터지도록 울어보지만


세상의 빛을 처음 본 저 친구에게

허락된 시간은 고작 일주일


울어라

참지 마라

다가올 그날까지


처절한 울음은

너의 존재를 증명하리니—


나는 안다

칠 년을 기다려도 울지 못하는

단 하나의 짝을 위한 비행,


절체절명의 순간을 위해

긴 기다림을 택한 너의 결단


날개를 떼고

땅으로 다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


가장 뜨겁게 사랑하고

가장 크게 노래하라


너의 모습은 굼벵이가 아닌

하늘을 비행하던 매미로 기억되고,


그 뜨거운 하늘 아래

‘맴맴’은

위대한 비명이 되리라



매미 소리에 잠을 설친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문득,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로 써보았습니다.


고단한 매미의 일생을 알고 나면 그 따가운 울음소리도 왠지 견딜 만해집니다. 굼벵이로 7년을 견딘 끝에, 다시 굼벵이로 불릴 수도 있는 운명 앞에서 "나는 매미였다."라고 자신을 각인시키는 그 비명 같은 울림, 고작 일주일 남짓한 삶 동안 자신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흔적을 남기고,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배가 터지도록 울어야 하는 운명이라니요.


그런데 그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의 여지를 남깁니다.


어쩌면 지금도 나는 굼벵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단 하나의 짝을 위해 7일 밤낮없이 울 수 있다면—그 울음은 위대한 비명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시처럼 말이죠.


“나는 굼벵이가 아닌, 하늘을 나는 매미로 살아가야 한다.”


Illustration by ChatGPT (DALL·E), 2025.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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