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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질의 증언

굳은 삶

by 닥터플로

격정의 삶


거친 욕망에 부딪혀

밖으로 내몰리다


탯줄처럼 떨어

조용히 말라붙었다


굳어진 허물은

맨살로 버틴 삶의 증거


이내 부서져

조각으로 흩어지지만


머나먼 어느 날

아득한 밑거름으로


연약하고,

혈기 가득했던

그 시절의 꿈을 다시 틔우며


그 뜨거웠던

청춘을 증언하리라


이 이미지는 Gemini에서 생성되었습니다.




여러분은 목욕을 할 때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이 시는 엊그제 목욕탕에서 각질을 밀며 떠오른 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거름망에 고여가는 각질들을 보며, 이것이 단지 ‘더러움’이 아니라 '젊음의 잔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포의 입장에서 보자면, 굳은살 하나하나가 격정의 시간을 버텨낸 삶의 증거일 테니까요.


한 걸음 더 나아가 목욕이라는 일상적인 행위에 삶의 의미를 붙이자면 이렇습니다. '몸에서 떨어져 나간 허물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부스러기조차도 언젠가 다시 피어날 무언가의 밑거름이다.' 이렇게 우리는 매일의 삶 속에서 조금씩 부서지고, 말라붙고, 잊혀가지만— 그 모든 자취는 결국 성장의 흔적이며, 하나의 삶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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