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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의 철학

게으름의 풍경

by 닥터플로

게으름에 내버려 뒀더니

다양한 풀들이 어우러져

어지러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조금 더 버티면 비틀어져

흙으로 돌아갈 테고

나태했던 여름은 묻혀 버릴 테지


벌레 물린 티가 나나요?

시에서처럼, 조금만 더 버텼다면 풀들은 저절로 흙으로 돌아갔을 텐데...


지난 새벽 아침, 운동화에 반바지 차림으로 운동 나왔다가 교내 꽃밭의 풀이 생각나 달리기 대신 풀 뽑기를 한 시간 정도 했는데 한쪽 다리가 뜨거워지며 터질 듯 부어올랐습니다.


어떤 벌레인지 보이지 않았고, 다리에는 처음 보는 커다란 구멍 몇 개... 그냥 내버려 두면 낫겠거니 했는데 이틀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더 뜨겁게 부어올라 결국 보건실을 찾았습니다.


물파스를 기대했건만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병원에 가셔야겠어요. 지금...”


그 말을 듣는 순간 다리 통증으로 걷는 것도 불편해집니다. 바로 병원을 찾았더니 원장님도 “왜 이제야 왔냐?”며 타박하십니다. 벌레 한 마리도 위험할 수 있다며, 앞으로는 지체 말고 의료 문명의 혜택을 받으라 하셨죠.


물파스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네요.

사진처럼 넉넉하게 처방된 약과 외용 스테로이드 로션 덕에 붓기는 금세 가라앉았습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자연을 거스르는 행동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말의 의미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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