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기한 2025. 5. 18.
언젠가 대륙을 달리던 꿈이
냉장고 속에 사그라들고
지금, 내 손에 들린 비닐에는
지나간 꿈이 담겨 있다
눈을 찡그리고 먹이를 쫓던
햇살 좋았던 여름
인적 없는 불모의 냉지에서
숨죽였던 겨울
삶의 따뜻함을 지나
추위와 어둠에 갇힌 채
넘지 말아야 할 그날을
묵묵히 기다리던 날들
살아있는 시간보다
갇혀 있었던 시간이 길었다
나는 묻는다. "먹을 수 있냐"고
그리고 답한다. "미안하다"고
시간이 흐르며 먹지 못하게 된 건 단지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어제 소비기한이 5월 18일인 훈제닭을 꺼내 먹으려다가 문득, 그날의 의미가 떠올랐네요.
이 글은 냉장고 속 훈제닭의 유통기한을 바라보며, 기억의 유통기한까지 확장해 쓴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