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사실 저는 글 쓰는 일과는 전혀 무관한 업종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문과로 졸업하긴 했지만 정작 지금 하는 일은 또 이과 영역입니다. 그때는 생소하게도 "교차지원"이라는 게 가능했던 시절이었거든요. 살아오며 글을 쓸 일도 별로 없었습니다. 대학원도 안 가본 터라 논문도 제대로 안 써봤습니다.
그럼 글을 써 본 경험이 뭐가 있느냐?라고 물으신다면 동호인 카페에 자주 끄적거리긴 했습니다. 주관적인 감상과 평가를 게시판에 글로 남기면 비슷한 감상을 겪었는지를 검증하는, 그러니까 개인의 경험을 객관화하는 작업이 중요한 취미를 했었거든요. 오디오입니다. 이 기계는 이런 맛이 있다. 이 케이블은 이런 맛이 있다. 기계 위에 뭘 올려놨더니 어떻게 변한다. 그런 해괴망측한 글들을 쓰며 시시덕거리는 게 취미였습니다. 전 사실 썩 그렇게 잘 맞추는(?) 편도 아니었습니다. 글솜씨가 있고 감이 좋았던 그 시절의 그분들은 어느새 오디오 평론가로 활동하고 계시더군요. 예전에 밤늦게까지 댓글을 나누던 분들의 낯익은 아이디, 성함들을 잡지 같은 곳에서 보면 내심 부럽습니다.
책도, 그러고 보니 썩 많이 읽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인 사람들보다는 좋아는 했고, 보통의 제 동료들보다는 책 사는데 들인 돈이 조금 더 많습니다만 전 사실 문학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첫 글로 올리는 이유는 절박하게, 진지하게 글 쓰는 작업에 임하시는 다른 작가분들께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는 걸 고백하고 싶은가 봅니다.
어쨌든 그랬던 제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일단은, 계속 쓰고 있습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채 쓰고 있습니다. 그게 말이지요. 제게는 못 된 버릇이 있습니다. 오디오 카페에서 글 쓸 때부터 들어버린 버릇인데 "검증과 응원의 댓글 놀이"에 맛을 들어버려 "일단 싸질러버리고" 그때부터 "퇴고" 하는 못된 버릇입니다. 그래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댓글"이나 "조회수" 맛에 힘을 얻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글까지 "일단 싸질러버리는 건" 안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혼자서 읽고 또 읽고 고치고 또 고치고 하는 지루하고 힘든 일을 (고작) 삼 주 정도 했는데? 정말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대부분은 아마도 실수로 '지나가는' 클릭이었게 뻔하지만 조회수가 1,2,3 오르는 걸 보며 부끄러운 마음에, 조급해져, 최우선 과제가 되어, 초인적인 힘으로 글을 고치던 그 맛! 을 잊으려니 참으로 힘듭니다.
대체 다른 분들은 어찌 그렇게 고독하게 글을 쓰셨는가, 어찌 견뎌내셨던가. 과연 '독자가 없는 글'이라는 무서운 상황에서 어찌 견뎌내셨을까. 도망쳐버리고 그만둬버리고 다른 일을 해버리고 싶은 마음을 어찌 잡으셨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나저나 뭐 때문에 쓰냐고요? 그러니까요 저도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이젠 가물가물하지만 일단은 쓰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하는 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