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BUN(요소), 크레아티닌, 사구체 여과율 (GFR) 에 대해서 다룹니다.
2. 본격적으로 당뇨병성 신장병증에 대해 다루기 전에 위 개념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이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3. BUN과 크레아티닌, GFR은 신장기능을 추측하는 척도로 자주 쓰이는 개념이지만 서로 미묘하게 다릅니다. 자세한 내용을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BUN, 요소]
4. 우리가 단백질을 섭취하게 되면 소장에서 소화효소에 의해 아미노산이라는 기본 단위 (탄수화물에서의 포도당과 비슷한 개념)로 쪼개진 뒤 흡수되어 여러 곳에서 쓰입니다. 아미노산은 보통은 몸을 이루는 벽돌이 되지만 필요하면 에너지로 쓰입니다. 다 쓰고 남은 아미노산을 폐기 처리하는 곳은 다름 아닌 간입니다. 간은 아미노산에서 아미노기를 제거하여 케톤산으로 바꾸고 추후 또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환됩니다. 제거된 아미노기(NH2)는 암모니아가 되고, 간에서 독성이 심한 암모니아를 요소로 바꾸어 신장으로 내려 보내 오줌으로 배출합니다.
5. 그러니까 BUN은 '우리가 단백질을 먹고 남은 찌꺼기'라고 생각하시면 적절합니다. 한데 우리 몸은 워낙 알뜰해서 이 찌꺼기도 허투루 다 버리지 않습니다. BUN은 크기가 작아서 신장의 거름막인 사구체에서 100%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걸러진 소변에서 물을 재흡수하는 과정에서 쓰기 위해 몸 안으로 다시 흡수합니다. 요소는 마치 자석처럼 물을 당겨오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6. BUN 수치는 기준에 따른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성인의 정상 범위는 6~20 mg/dL 정도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이유로 요소의 높고 낮음은 신장의 기능과 직접 연결되지 않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단백질을 얼마나 먹느냐에 따라 변합니다. 고단백 식이를 하면 20을 넘기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둘째. 탈수가 되어도 높아집니다. 신장에서는 소변으로 아까운 물을 내보내지 않기 위해 물을 당기는 BUN을 최대한으로 재흡수하게 됩니다. 셋째. 출혈이나 화상, 발열과 같이 우리 몸을 이루는 단백질이 분해되어서 신장으로 흘러 들어가도 높게 나옵니다.
7. 반대로 낮게 나오는 사정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단백질 섭취가 매우 적을 때 BUN 은 낮게 나옵니다. 더불어 간 질환이 있어도 낮게 나올 수 있습니다. 간에서 독성이 심한 암모니아를 요소로 바꾸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간경화가 심한 환자는 요소 전환에 어려움이 있어 단백질을 폐기처분하고 남은 암모니아가 축적되며 이는 간성뇌증의 원인이 됩니다. 요소가 될 암모니아가 많으므로 혈중 요소 수치는 낮습니다.
8. 물론 신장의 기능이 떨어져도 요소 수치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사실 의사들은 BUN/Creatinine 라는 것을 이용해 신장기능이 왜 떨어졌는가를 가늠합니다. 그러니 크레아티닌이 높지 않다면, 즉 신장기능이 떨어져 있지 않다면 BUN은 별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creatinine, 크레아티닌]
9. 크레아티닌은 근육 세포가 에너지를 충전하는데 쓰다가 폐기된, (보조) 폐 건전지입니다. 미토콘드리아가 충전해 준 ATP 기억나시나요? 근육세포는 ATP를 받아서 쓰지만 일정한 전압을 유지하기 위해 보조 충전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운용합니다. 이때 보조 배터리로 쓰이는 것이 바로 '크레아틴 인산'입니다. 크레아틴 인산이 방전되면 크레아틴이 다시 ATP로 충전되면 크레아틴 인산이 되는 식입니다. 이 크레아틴 중 1~2%가 폐기되어 크레아티닌이 되어 소변으로 배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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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크레아티닌은 신장의 여과율과 직접적으로 연관됩니다. BUN처럼 섭취량이나 탈수 등의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흡수되던 요소와 달리 거의 다 배출됩니다. 그래서 매우 간단하게 이야기한다면 크레아티닌은 소변으로 못 나가는 탓에 몸에 축적된 이유 외에는 높게 나올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즉 높은(못 버린) 크레아티닌은 신장의 기능 저하를 의미하므로 크레아티닌이 높을수록 신장 기능은 좋지 않습니다. 2보다 3이 나쁘고, 3보다 4가 신장 기능이 나쁩니다. 신부전, 사구체 신염, 쇼크나 탈수, 심한 감염, 결석, 전립선 비대 등은 크레아티닌의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11. 물론 근육량에 따라 크레아티닌이 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남성과 여성의 정상치가 서로 다릅니다. (여성은 0.5~1.1, 남성은 0.6~1.3) 그러므로 근육의 이상이 있는 환자들은 크레아티닌이 낮게 나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근이양증이 있는 환자는 크레아티닌이 매우 낮지만 이는 신장의 기능이 매우 뛰어나서가 아니라가진 배터리가 적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예상하셨다시피 나이가 들어갈수록 근육량이 줄어드니, 크레아티닌도 감소합니다.
12. 아! 유행하는 크레아틴 영양제를 먹는다면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크레아틴 영양제는 운동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크레아티닌의 모체인 크레아틴은 간에서 합성하는데 외부에서 보충제로 섭취하면 보조 배터리의 용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과 의사들은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예상하시는 대로 크레아틴을 보충한 만큼 크레아티닌도 늘어나기 마련이거든요.
[GFR, 사구체 여과율]
13. 신장의 구조를 단순하게 설명한다면 1) 피를 거르는 망이 있고 2) 망에 걸러진 원료에서 야금야금 필요한 것만 (상황에 맞게) 다시 뽑아내어 재흡수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구체 여과율, GFR 은 1) 번의 망이 1분 당 몇 mL의 혈액을 깨끗하게 걸러낼 수 있냐를 뜻하는 수치입니다. 예를 들어 정상 사구체 여과율의 범위인 100mL/min 인 사람은 분 당 100cc의 피가 걸러져 찌꺼기가 소변으로 빠져나온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정상 범위는 100~120mL/min니까 낮으면 낮을 수록 안 좋습니다.
14. 정상 신장기능을 가진 GFR 100ml/min 사람의 경우 하루 종일 망에서 걸러지는 혈액의 양은 총 144L에 달하므로 우리 몸의 피는 하루에 30번 가까이 신장의 거름막을 들락날락 하는 셈입니다. (총혈액량이 5L라고 가정) 물론 걸러졌다고 다 소변으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2번의 과정에서 99%는 재흡수가 됩니다. 그러니까, 총 144L의 여과량의 1%가 소변으로 나오므로 우리가 하루에 보는 소변량은 1~2L 사이가 됩니다.
15. 우리 몸은 멈춰있는 물탱크가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하고, 분해하고, 흡수하고, 파괴하는 대사를 단 1초도 쉬지 않고 하므로, 그 과정에서 나온 노폐물들이 몸에 축적되면 여러 가지 위해를 가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좀 더 자주 물을 걸러주면 훨씬 안전합니다. 신장은 알고 보면 심장만큼이나 지속적이고 부지런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16. 반대로 신장병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GFR이 15ml/min이라면, 하루에 여과 가능한 피의 총량은 21L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 피는 하루에 4번 걸러지며 (총혈액량이 5L라고 가정), 소변은 약 200cc 정도 나오게 됩니다. 정상인과 비교하면 1/6 밖에 정수되지 않으니 심각한 증상들이 유발될 수밖에 없고 끝내는 신대체 요법을 선택하게 됩니다.
(GFR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혈액투석을 하는 경우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분당 300mL (BFR)의 속도로 투석하는 환자는 1일 총 투석되는 혈액 총량은 72L이고, 주 3회 할 경우 총 혈액 순환량은 216L에 이릅니다. 이를 7일로 나누어 GFR로 구해보면 약 21.43mL/min에 해당합니다. (216,000mL/10,080 min)
17. 그런데 이 GFR을 실제로 측정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사구체에서 걸러져 나온 원묘의 총량(144L)을 잰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재흡수되는 것이 있으므로 소변량과도 다릅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소변에 포함된 임의의 노폐물 A의 양이 시간당 얼마나 청소되는가로 GFR을 추정합니다. 예를 들어 소변 1dL에 A가 100mg 이 들어있고 혈장 1dL엔 1mg이 들어있으며 24시간 총 1.44L의 소변을 보았다면 청소율은 단위 시간당 소변으로 배출된 총 A의 양을 혈장 A의 농도로 나눈 것이므로 아래의 식이 되고 계산해 보면 100ml/min이 나옵니다.
18. 이 식에서 쓰는 임의의 노폐물 A에 보통 크레아티닌이 활용됩니다. 크레아티닌은 위에서 설명한 대로 하루 동안 일정한 속도로 생산되며, 거의 대부분이 여과되어 소변으로 배출되며, 측정하기도 쉽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식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GFR은 '혈중 크레아티닌'과 반비례하는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면 '혈중 크레아티닌이 증가하면 '분모'가 늘어나므로 계산된 수치는 감소합니다.
19. 그래서 실제 임상 사례에서는 eGFR이라 하여 혈중 크레아티닌의 수치만 보고 (즉 소변의 크레아티닌을 따로 구하지 않고) GFR을 유추하는 공식을 더 자주 이용합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경우 크레아티닌만 확인하셔도 충분합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 크레아티닌은 근육량에 비례하므로 나이, 성별, 인종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날 수는 있습니다.
20. 요약
- BUN 은 의사들이 참고하기 위해 시행하는 검사로, 실제 신장 기능과 관련된 수치는 크레아티닌이다.
- GFR은 신장의 분당 여과능력을 의미하는 수치로, 크레아티닌을 통해 구해내며 크레아티닌과는 반비례한다.
- 그러므로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크레아티닌만 알고 있어도 신장 기능을 평가하는 데에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