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주제는 공단 검진 항목이기도 한 간검사, 감마지티피(γ- GTP)입니다.
2. 글루타티온(Glutathione)은 강력한 효과를 지닌 항산화 물질입니다. 유명 팝 가수인 비욘세가 글루타티온 주사를 맞고 피부 톤이 밝아졌다고 하여 '백옥 주사'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3. 지금까지 다뤘던 비타민 C나 E(토코페롤)와 같은 항산화물질은 음식을 통해 외부에서 공급받아야 하지만, 글루타티온은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세포에서 합성이 가능한 내인성 항산화 물질입니다. 더불어 유해한 물질과 결합해 세포 외로 배출하는, 즉 해독 작용에도 쓰인다는 점도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4. 글루타티온은 미토콘드리아의 ATP 생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ROS)의 한 종류인 과산화수소(H₂O₂) 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환원형 글루타티온 2 분자는 과산화수소와 결합하여 산화형 글루타티온으로 변하고 물 2 분자를 생성합니다. (GSH : 환원형 글루타티온, GSSG : 산화형 (e-를 내어준) 글루타티온)
5. 다만, 글루타티온은 ATP 생성에 직접 필요한 NAD/NADH 나 FAD/FADH2 등의 조효소만큼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뇨병 합병증 부분에서 다뤘듯이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체계에서 흘러나온 전자(e-)가 구경꾼 산소와 결합하는 '사고'가 났을 때 이를 수습하는 역할을 합니다.
6. 아무래도 위에서 말씀드린 '사고'는 ATP가 많이 소모되는 장기에서 자주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글루타티온 또한 그 주변에서 많이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장기에는 간, 신장, 심장 및 뇌가 있습니다.
7. 이 중에서 간은 특히 글루타티온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그 이유는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데 글루타티온이 요긴하게 쓰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술을 먹고 난 다음에 숙취의 주범이 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처리하는 데 글루타티온이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8. 국민건강보험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 항목 중에 하나인 감마지티피는 (γ-Glutamyltranspeptidase, γ-GTP)는 바로 이 글루타티온의 합성과 관련된 세포 막 단백질입니다.
9. 감마지티피는 1) 활성산소를 없애는 데 쓰이거나 2) 독성물질과 결합해 밖으로 내보내느라 줄어든 글루타티온을 다시 세포 내에서 생산해 내기 위한 재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역시나 이 감마지티피는 글루타티온이 많이 쓰이는 간, 신장, 심장, 뇌에 많습니다.
10. 그러므로 혈중 감마지티피 수치가 상승했다는 것은 위 장기 중 한 곳에서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먼저 세포가 깨어지며 세포막에 붙어 있던 감마지티피도 함께 검출될 수 있습니다. 또는 글루타티온이 너무 많이 필요한 상황이 되어 감마지티피가 많이 발현된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11. 한데 혈액 검사를 통해 측정되는 감마지티피는 거의 대부분이 간과 담도 상피세포에서 유래된 것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먼저 뇌는 뇌혈관장벽(BBB)이 있어 뇌 세포막의 감마지티피는 혈액에서 검출이 되지 않고, 신장 세포의 감마지티피는 분해되어도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앗, 심장이 남습니다.)
12. 그래서 혈중 감마지티피가 높게 나오면 의사들은 일차적으로 간이나 담도의 문제를 의심합니다. 공단 건강검진 항목으로 포함된 이유도 바로 간, 담도계 질환을 선별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특히 혈중 감마지티피는 다른 간 효소(ALT, AST) 보다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빨리 상승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경미한 간 손상이나 담즙 정체(쓸개관 막힘)가 시작되는 초기 단계에서는 ALP나 빌리루빈 수치는 정상일 수 있지만, 감마지티피는 상승할 수 있습니다.
13. 간 문제 중 가장 먼저 의심해봐야 할 것은 알코올 섭취입니다. 감마지티피는 알코올 섭취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서 음주 후에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며, 금주하면 빠르게 감소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알코올을 분해하고 나오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해독하기 위해 글루타티온이 대량 소모되고, 소모된 만큼 다시 보충하기 위해 감마지티피의 활성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14. 혈중 감마지티피 수치는 담석이나 종양 때문에 담즙의 흐름이 막히거나 정체되는 경우에도 크게 오릅니다. 담즙산이 역류하여 담도 세포와 주변 간세포를 손상시키면 세포막에 있던 감마지티피도 탈락하여 혈액에서 검출됩니다.
15. 하지만 감마지티피는 지방간, 간염(A형, B형, C형 등), 간경변증과 같은 거의 모든 유형의 간 질환에서 상승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의사들은 이후 나올 또 다른 담도 효소인ALP나 빌리루빈 등을 추가로 검사하고 복부 초음파 등을 시행하여 감별 진단을 시도합니다.
16. 최근 감마지티피가 만성 질환과 관련된 표지자로서 쓰이거나 나아가서는 위험 인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혈청 감마지티피 수치가 대사증후군 발병 가능성, 심혈관계 질환 발생 및 사망을 예측하는 인자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보고에 따르면 높은 감마지티피 수치는 지방간, 인슐린 저항성, 제2형 당뇨병, 비만 및 기타 대사 위험 요인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17. 또한 심혈관 질환과 감마지티피의 관련성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심장 역시 글루타티온을 많이 소모하는 장기이며, 당연히 감마지티피도 많이 발현됩니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의 심혈관 질환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독립적인 인자로 감마지티피를 활용하는 데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8. 하지만 감마지티피 수치가 높다는 것 자체는 간 손상, 담즙 정체, 알코올 남용, 또는 대사 문제 중 어느 것 하나를 특정하지 못합니다. 심장 기원의 감마지티피 상승도 마찬가지입니다. 감마지티피는 심장 표지자(Troponin 등)에 비해 특이도가 낮아 진단 목적으로는 잘 쓰이지 않습니다.
19. 그래서 사실 진료를 보는 내과 의사들은 감마지티피를 통해 큰 정보를 얻는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감마지티피는 민감하긴 하지만 특이성은 낮으므로, 의사는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드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20. 지금까지 ‘결론 내리기에는 한참 부족한 검사’ 감마지티피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