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ST와 ALT의 정상치는 대략 40 미만으로, 정상치의 두 배(80) 이상 나왔다면 추가 검사를 꼭 받으셔야 합니다.
2.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AST/ALT 검사를 안 받아본 분들은 없을 것이라 장담(?)합니다. 간기능 검사의 대표 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AST/ALT는 감마지티피와 함께 공단검진의 기본 항목이며, 피로의 원인을 찾기 위해 자주 시행되는 검사입니다.
3. AST와 ALT는 간세포에 주로 존재하는 효소로서 아미노산(단백질의 기본구조)을 다른 분자로 변형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비유하자면 식당의 주방에 있는 전자레인지나 오븐, 튀김개와 같은 조리 기구와 같습니다. AST와 ALT에 의해 조리(처리)된 분자는 에너지를 만들거나 세포를 구성하는 재료가 됩니다.
4. 그래서 AST와 ALT는 세포가 부서졌을 때 혈액에서 발견됩니다. 식당 주방에 있어야 할 조리 기구가 거리로 나오게 되는 일은 안타깝게도 식당의 폐업이나 이전 외에는 나올 일이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AST와 ALT가 혈액에서 높게 나온다는 것은, 세포가 깨어졌다(폐업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5. AST와 ALT가 '주로 간세포에 존재'한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둘은 꽤 다릅니다. 그래서 정말 단순하게 말씀드린다면 '일반적으로 건강'한 환자분들은 ALT만 신경 써도 충분합니다. ALT는 1) 다른 장기에 비해 간에 많고, 2) 간세포의 세포질 (세포 내부)에 많이 존재하는 터라 '간세포의 손상'과 관련될 가능성이 AST에 비해 높습니다.
6. 앞서 다룬 지방간, 대사이상지방간질환(MASLD)은 ALT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025년 당뇨병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는 당뇨환자에게 ALT를 측정하여 높게 나올 경우 간초음파 등을 추가로 실시해 지방간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고 권장합니다.
7. 간세포의 손상을 야기하는 모든 상황에서 ALT는 쉽게 증가하여 간의 피해를 시사해 줍니다. 의사들은 복용 약제를 확인하고, 바이러스성 간염에 대해 걱정하고, 지방간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합니다.
8. 이와 달리 AST는 다른 장기에도 많이 존재하는 효소입니다. ALT가 특정 음식점 (예. 치킨)에만 쓰이는 조리 기구라면 AST는 다른 식당에서도 흔히 쓰이는 식기세척기에 가깝습니다.
9. 이런 점은 앞서 다룬 감마지티피와 비슷합니다. AST는 심장근육을 포함한 일반 근육세포, 신장, 뇌, 췌장, 폐 등 여러 곳에서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상승하더라도 정말 간 문제인지' 확답해 드리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운동으로 인한 근육 손상, 선천성 근육 대사 이상, 다발성 근염 같은 근육병도 AST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10. 또 다른 차이점이라면 간에 문제가 있더라도, AST까지 높게 검출되는 상황은 좀 드물다는 것입니다. AST는 간세포 내(20%) 에도 존재하지만, 미토콘드리아 내부에 더 많이 (80%) 있기 때문입니다. 세포막의 손상을 받아 내용물이 쏟아져도 ALT가 나오지 AST가 나올 가능성은 낮습니다. AST가 혈액 속에서 검출되는 것은 세포가 완전히 박살이 난, 즉 미토콘드리아까지 찢어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1. 그래서 간질환 때문에 AST와 ALT가 상승했는데, AST가 ALT보다 더 올랐다면 (혹은 AST만 단독으로 상승) 일반적으로 더 좋지 않은 상황임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은 다름 아닌 알코올성 간질환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12. AST 수치를 ALT로 나눈 비율을, 데 리티스 비율(De Ritis ratio) 혹은 AST/ALT라고 부릅니다. 1957년 페르난도 데 리티스(Fernando De Ritis)가 처음 제안한 이 비율은 간 기능 평가 및 다양한 간담도 질환 진단에 중요한 지표로 활용됩니다. 기본적으로 이 비율은 1:1인데 2 이상이 나오면 (즉 AST가 ALT에 비해 우세) 알코올성 간 질환을 먼저 의심합니다.
13. 감마지티피마저 높게 측정된다면 의사들은 말은 하지 않더라도 알코올성 간질환을 확신합니다. 복부 진찰을 준비하며 딱딱한 간 표면을 우려하거나 간 초음파를 하며 간경화 소견이 나올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이 비율은 질병의 진행과 중증도를 반영하며, AST/ALT 비율이 높을수록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 및 만성 알코올 중독과 같은 만성 바이러스성 질환에서 섬유증 및 간경변과 같은 장기적인 합병증을 예측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4. 알코올성 간질환의 경우 일반적인 상황에 비해 ALT가 더 적게 검출되는 탓에 AST 우위 검사 결과가 확대 해석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바로 비타민 B6 때문입니다. 음주자나 노령자는 비타민 B6(피리독신)이 부족할 수 있고 이는 ALT의 활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됩니다.
15.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NAFLD) 또한 초기에는 ALT 가 높게 나와 AST/ALT 비율이 낮지만, 섬유화-간경변 단계까지 가면 간세포가 심각히 파괴되고 미토콘드리아에서 AST가 방출되며 비율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16. AST가 좀 더 비극적인 상황에서 검출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높은 AST/ALT 비율은 비단 간 문제뿐 아니라 다른 질환에서도 더 나쁜 예후와 관련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AST/ALT 비율은 폐색전증과 같은 질환에서 쇼크, 다발성 장기 부전, 사망을 비롯한 다양한 임상 결과와 당뇨병 환자 및 고령자의 모든 원인 사망률을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7. 이뿐만이 아닙니다. 남성의 심혈관 질환 위험, 2기/3기 대장암 환자 전체 생존율(OS) 및 무병 생존율(DFS)의 예측인자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저와 같은 일차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높아진 AST/ALT 비를 확인하면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는 경고 사인으로서 가치가 있다 하겠습니다.
18.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과의사들은 웬만한 AST, ALT 수치 상승에는 사실 무덤덤합니다. 대한내과학회지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상승의 정도를 경도(정상 상한치의 5배 이내 증가), 중등도(정상 상한치의 5-10배), 중증(정상 상한치의 10배 이상)으로 분류할 정도입니다.
19. 이는 AST, ALT의 증가가 반드시 간세포의 괴사를 의미하지는 않고, AST, ALT의 증가 정도가 간세포 손상 정도를 반영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폐업할 식당마저 없어진 상황이라면 AST, ALT 수치는 정상에 가까울 수 있지만 사실 훨씬 더 무시무시한 상황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20. 정상의 5배 미만의 가벼운 상승은 모든 종류의 간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개는 증상도 없고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 만성 B형 간염이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5배에서 10배 사이의 중등도 상승마저도 역시 비특이적입니다. 다만 AST와 ALT 가 200 이상 (즉 5배 이상) 높아질 때 (조금 더 진지해진) 내과 의사들은 "약"을 가장 크게 먼저 의심합니다. 통계적으로도 바이러스 간염과 약물에 의한 간손상이 가장 흔하다고 합니다.
21. 더불어 대다수의 내과 의사들은 수련 중 정상치의 100배가 넘는 AST, ALT 수치를 한 번쯤은 겪어 봐서 그런 경향도 있습니다. 급성 A형 간염을 심하게 앓아서 간이식을 논하게 될 정도가 되는 환자들의 AST, ALT는 매우 무시무시합니다. 안타까운 사고로 간의 외상성 손상을 입은 환자들의 수치도 매우 높게 측정됩니다.
22. 그래서 AST/ALT가 60/75 정도 나왔을 때, 별 것 아니라는 투로 우루사를 처방해주지 않더라도 서운해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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