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적인 소재이며 다소 엽기적이고 변태적입니다. 읽기에 따라 불쾌감이 드실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 이전 창작의 날씨에 올린 것과 동일한 내용입니다.
* [장편소설] 아소산, 오토바이, 그녀 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슈타인하우저 씨, 그러니까 어떻게 됐다는 거죠?
형사 토마스 크라우스(Thomas Kraus)는 왼손으로 목뒤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이마에는 주름살이 깊게 패어 있고, 아무렇게나 기른 수염이 지저분하지만, 눈빛은 날카롭다. 오른손엔 파카(Parker) 볼펜을 들고 있는데 규칙적으로 볼펜의 머리 부분을 눌러 딸깍딸깍 소리를 내는 것이 습관인 것 같다. 아마 고민이 될 때마다 잘근잘근 씹기라도 한 듯 아래쪽 파란색 플라스틱 부분에는 이빨 자국이 여럿 나 있다. 진술서에 적힌 내용이 썩 불쾌하고 엽기적인 내용이라 크라우스 형사는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크라우스 형사가 지켜보는 화면 안에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망연자실하게 그를 바라보는 한 남자가 있다. 얼굴에 비해 코가 대단히 큰 편이다. 둥글고 두꺼운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코가 워낙 커서 꼭 큰 바위산 위에 위태롭게 올려진 자전거 같아 보인다. 화면 하단에 표시된 그의 정보에는 ‘프리드리히 슈타인하우저(Friedrich Steinhauser) 남자/41세’라고 표시되어 있다. ‘자기의 몸’을 도둑맞았다며 신고한 그는 교무실에 끌려온 학생처럼 풀이 죽어 있다.
-제 몸이… 제 몸을 도둑맞았습니다.
-그러니까 뭐 하다가 그리된 거라고 하셨죠? 사람을 빌렸고, 그 안에 선생님의 영혼을 넣었고, 그 몸으로 자기 몸과 성교를 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그 몸이 벌떡 일어나 도망을 갔단 말이죠?
크라우스 형사는 자기 앞에 놓인 진술서 내용을 소리 내어 읽으면서 어이가 없다는 듯 허-하고 웃는다.
-네 맞습니다. 그게 그러니까…네 대충은 그렇습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되긴 하지만, 하나하나씩 짚어 봅시다. 일단 빌린 몸은 선생이 썼다 치고, 선생님의 몸을 움직여줄 누군가가 따로 있어야 맞는 거 아닙니까? 그렇다면 그 사람이 선생의 몸을 가지고 도망친 거 아닙니까?
-아… 아닙니다. 제 몸은 영혼이 없이 그냥 누워있는 상태였습니다. 진술서에 작성한 것과 같이 저 혼자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난 이해가 안 된다는 겁니다. 주인이 나간 몸과 빌린 몸을 가지고 어떻게 혼자서 성교를 합니까? 아, 혹시 자기 몸 안에다가 뭘 집어넣는 취향이오?
크라우스 형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보조 모니터에 올려진, 그에게 몸을 빌려줬다는 대여자의 증명사진을 슬쩍 본다. "마르셀 노이만" (Marcel Neumann)은 눈가와 입술은 새까맣게 칠하고 얼굴은 창백한 색으로 분칠 하는 일명, 고딕 스타일로 화장을 했고 코에는 귀걸이와 체인으로 연결된 피어싱을 하고 있다. 사진으로 봐서는 성별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외모였지만 하단 정보에는 ‘남자/28세’로 나와 있었다. 하기야, 다른 성별으로는 '영혼 이전'을 할 수 없으니 당연히 여자는 아닐 거라고 크라우스 형사는 생각했다.
-아니…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고 그게…그러니까 발기는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생리현상에 가까워서… 그리고 약물도 있고… 제 몸이… 노이만 양(Frau Neumann)의 몸 안에 들어가는 ‘실험’이었습니다.
-흠, 그렇군요. 그런데, 보통 로그아웃한 몸은 밀폐되어 격리되어 있는 것 아닙니까? 어떻게 캐빈 밖으로 ‘그걸’ 꺼내서 노이만 씨 몸에 넣는 겁니까? 사건이 생긴 곳이 어딥니까?
-그게… 제 병원이었습니다.
-아 그러면 의사이시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본인의 병원에서 몰래 영혼 분리장치를 작동시켜 본인의 몸에서 영혼을 분리하고?
-네. 맞습니다.
-이야, 간도 크시네. 그래요. 그러고는요?
-네. 제 영혼을 노이만 양(Frau Neumann)의 몸으로 트랜스퍼시킨 뒤 다시 제 몸이 보관된 병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제 몸을…그러니까… 발기를 시켰습니다.
-어허? 잠시만요. 저희 쪽 자료에는 노이만 씨(Herr Neumann)는 남성이라고 되어 있는데? 왜 자꾸 여성이라고 말하는 겁니까? 선생의 성적 취향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제게 말이죠. 그나저나 선생이 몸을 빌려서 하려고 하던 것을 노이만 씨에게는 동의를 구한 겁니까?
-아… 맞습니다. 노이만 씨는 남성인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전 동성애 취향은 아닙니다. 저는 노이만 씨가 가지고 있는 여성 성기와 ‘실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네, 노이만 씨에게는 그러니까…그 제 ‘실험’을 위해서 빌리려 한다는 걸 사전에 말씀드렸고 허락을 받았습니다.
크라우스 형사는 점점 골치가 아파져 왔다. 엽기적인 이야기인데 이해도 바로 가지 않는다. 고약한 사건이다.
-아이참,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네. 하여간 그, 선생이 노이만 씨를 여자라고 생각하는지 남자라고 생각하는지는 나한테 중요하지 않아요. 그러나 저러나 내 생각인데, 굳이 노이만 씨의 몸에 들어가서 의식도 없는 자기 몸과 혼자서 뭘 하려고 드는 것보다는 차라리 노이만 씨를 직접 돈으로 사는 게 낫지 않소? 어차피 노이만 씨도 자신의 몸으로 그렇게 해도 된다고 허락을 한 거라면서요. 왜 그렇게 복잡하게 일을 만든 거요?
-아… 그게 제 실험의 목적이 ‘성교 시에 여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남자로서 알고 싶었거든요.
-엥?
크라우스 형사의 눈이 커진다.
-아… 사실 제가 몸을 빌린 노이만 씨는 여성의 성기도 가지고 있습니다.
-노이만 씨는 남성인데 어떻게 여자의 몸을 갖고 있단 말입니까? 아, 혹시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라는 거요?
-아닙니다. 그러니까… 노이만 양은 돌연변이입니다.
-어떤 돌연변이요.
-진성반음양(True hermaphrodites, 양성구유)이라는 돌연변이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성기가 한 몸에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 염색체는 46.XY이므로 남성으로 분류되어 있을 거긴 합니다만, 남성이나 여성 두 성별 모두로 성관계가 가능한 매우 희귀한 체질입니다.
크라우스 형사는 볼펜 머리를 누르는 것을 중단하고 무의식적으로 입으로 가져가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사건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하면 나오는 버릇이었다. 진성반음양이라… 언젠가 뉴스에서 본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수백 명가량만 확인되었다는 돌연변이, 보통은 어릴 때 하나의 성별로 교정을 한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노이만 씨는 호적상으로는 남성으로 등록이 되어 있어서 의사 선생이 렌탈을 할 수 있었던 것이고, 여성으로서 기능은 남겨둔 상태라는 말인가? 크라우스 형사는 잠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번쩍 뜨고는 자기 나름대로 이해한 것에 대해 확인이라도 받겠다는 듯 말한다.
-좋아요. 그러니까 아마도, 성관계 시에 여자의 몸은 어떻게 오르가슴을 느끼는지, 남성과 어떻게 다른 지 선생이 직접 확인해 보겠다는…? 의도, 그런 건가요?
-어…네 맞습니다. 그런 ‘실험’이었습니다.
크라우스 형사는 내심 의기양양한 표정이 되어 말을 이어갔다.
-아니 그러면, 굳이 자기 몸으로 그럴게 아니라 뭐 친구라든지, 다른 사람한테 부탁할 수도 있잖소, 내가 여자의 몸? 을 빌렸는데 이 몸으로 내가 알아보고 싶은 게 있으니 한번 뭐…응? 그렇게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것 아니오?
-그… 그건…. 부끄럽고 무서워서….
-아이고… 그럴 용기도 없으면서 이런 사고를 친 거요?
-네…
-그나저나 선생, 제가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왜 다른 성별한테는 몸을 옮기지 못하는 겁니까?
-에… 사실 원천적으로 못 옮길 건 또 아니어서 다른 성별에 트랜스퍼하는 걸 허용한 나라도 있긴 합니다. 다만, 영혼이라는 것이 피부 바깥에 있는 것이다 보니 다른 형태의 성기를 가진 사람, 그러니까 다른 성별의 몸에 들어가면 불편한 점이 좀 생기긴 합니다. 영혼의 모양은 몸이 생긴 모양과 똑같으니까요.
-예를 들자면?
-여자의 경우에는 그곳에 없었던, 남성의 성기를 잘 쓸 수가 없어 배뇨 곤란 등을 호소할 수 있고요. 고환이나 음경이 추가로 생긴 것에 익숙하지 않아 그 부분을 다치는 경우도 왕왕 있었습니다.
-반대는요?
-남자의 경우에는 질을 두고 몸에 생긴 상처로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요. 없던 자궁이나 난소와 같은 것들에 대해 이질감을 느껴 복통을 호소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 가장 중요한 성감에 있어서도…
-네 성감에 있어서도?
-네 빌리고 나서 당분간은 그 성기로서 몸이 느끼는 감각을 다른 성을 지닌 영혼에게 전달하는 경로가 발달되지 않아서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성교할 수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니라 행위를 통해 인지되는 감각이 보통의 진짜 여성이 ‘나로 인해’ 느끼는 감각이 맞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는 거죠.”
크라우스 형사는 ‘나로 인해’라는 그의 말을 놓치지 않았다.
-그건 무슨 말입니까?
-그러니까… 하… 근데 제가 이런 걸 설명해 드려야 하나요? 제 몸이 지금 어딨는 지가 더 문젠데.
-아니 그러니까 그렇게 선생 몸 찾아 드리려고 이러고 있는 거 아니요. 일단 설명해 봐 봐요. 이해를 해야 찾든지 말든지 하지.
-그러니까 태어날 때부터 시력이 없던 사람과 사고로 시력을 잃은 사람이 정상인을 빌렸을 때 두 사람이 앞을 보는 능력에 현격히 차이가 나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사람의 경우 시력이 주어지고도 ‘본다는 것’에 익숙해지는데 최소한 일주일, 한 달까지도 걸리거든요. 성감대도 마찬가지입니다. 형태가 완전히 다르다 보니 그 장기들을 통해 전달되는 감각을 영혼에서 ‘무엇’인지 인지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니까 제 실험에서는 여자의 몸을 빌리기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지요. 그렇다고 여자의 몸에 익숙해지겠다고 몇 날 며칠을 있다가 동화라도 돼 버리면 큰일이고요.
-그러니까 여자의 몸을 빌려서 성관계를 한다고 해도 남성의 영혼에겐 그 장기가 낯선 것이다 보니 제대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군요.
-네, 최악의 경우 어떤 사람들에겐 엄청난 고통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쨌든 본인의 영혼을 뚫고 무언가가 몸 안으로 진입하는 것이니까요. 여하튼, 당분간은 기대했던 감각을 느끼는 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느낌을 받는다고 해도 선생으로서는 그것이 진짜 여성이 느끼는 감각에 가까운지 의심스럽다는 거고.
-네, 그렇습니다. 설사 운이 좋아 무슨 느낌을 받는다고 해도 그게 여성들이 ‘저’와 성행위를 하며 느끼는 감정이 맞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축소’되어서 나타날 것도 뻔했고요.
-흠, 그럼 진성반음양, 그러니까 남녀 성기를 둘 다 가진 사람은 남자에게든 여자에게든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영혼에 전달할 수 있는 겁니까?
-네, 어떻게든 해석이 가능한 상태로 영혼에 전달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물론 그렇게 해서 성공한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고요. 그래서 진성반음양 환자를 렌탈하는데 드는 비용도 엄청 비쌉니다. 물론, 성별을 전환해서 트랜스퍼할 경우에 쓰이는 패치도 있다고는 하던데… 우리나라에서는 성별을 바꾸는 거 자체가 불법이니까 말이죠.
-그러니까, 태어날 때부터 시력이 없긴 한데, 인공 안구 시술을 받아서 보고는 있었던 사람과 비슷하겠네요. 진짜 눈으로 보지는 않았지만 ‘보고’는 있었으니까, 그 경로나 과정이야 어떻게 되었든 간에.
-네 맞습니다. 얼추 비슷하십니다.
-좋아요, 그러면 그렇다고 치고 진성… 진성반음양 환자, 노이만 씨를 빌리는 데는 얼마나 든 거요?
-1만 불…
-뭐라고? 1만 불? 아이고… 잠깐만, 그러면 아직 그 몸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 거 아뇨? 몸을 잃어버렸다고 한 게 어디 보자. 두 시간 전인데?
-아…한 시간에…1만 불입니다…
-뭐라고요? 한 시간에 1만 불? 그럼…. 아이고 몸을 잃어버렸다는 게 5시간 전이니, 최소한 6시간은 빌린 거군요. 6만 불을 내고 그 짓거리를 하려고 했던 겁니까?
-네 맞습니다. 10만 불을 냈습니다.
-좋아 그래요. 내 연봉에 가까운 돈을 쓴 거네. 그래서 성공하셨소?
-네 성공은 했습니다.
-이야. 그거 대단하네. 그러니까 여자로서 어떤 쾌감이 느껴지는지를 확인했다는 거요?
-네, 그렇습니다.
의사의 얼굴이 숙제를 끝냈다며 자랑하는 아이의 얼굴처럼 변했다. 아주 잠시.
-그렇군요. 그러고?
-그러고 나서… 확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에 말이오?
-그러니까 대부분의 진성반음양 환자는 신경 연결이 불완전해서 아예 쾌감을 느낄 수 없거나 양 성기 중에 하나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우도 있거든요. 물론 노이만 양은, 아니 노이만 씨는 양쪽 모두에서 성감을 충분히 느낀다고 말하긴 했지만.
-아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러니까 느끼긴 했지만,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거네요.
-네 그렇지요
-아아 그러니까 더더욱 선생의 몸으로 이 사고를 친 게 이해가 되는구먼, 그러니까 궁극적으로는, ‘선생은 자신의 성기로, 여성에게 얼마만큼의 쾌락을 주는지’가 궁금했던 거군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요. 어떻게 했습니까
의사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눈빛이 흔들렸다. 형사는 놓치지 않고 그의 표정 변화를 눈여겨보았다.
-고민을 해봤더니 반대로 이 몸으로 남성으로서의 쾌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면 증명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사정 시의 오르가슴은 제가 아니까요. 그 정도가 평소 제가 느끼던 것과 같거나 비슷하다면 제 몸으로 여자에게 줄 수 있는 수준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흠? 그래서요?
-그래서… 제 몸에다가 빌린 몸으로….
형사 크라우스는 의사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중간을 잘랐다.
-아이고…. 그랬군요. 그 뒤는 묻지 않겠소이다.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으니까. 그럼, 이제 우리의 원래 문제로 돌아가지요. 그러던 와중에 왜 외부의 영혼이 어떻게 들어온 겁니까?
-원래 제 몸의 성기만으로 그러니까… 하… 그 ‘실험’을 하는 것은 캐빈을 조금만 개조해 구멍만 조금 내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저희 병원 전체가 외부와 격리 차폐된 상태기도 했고요. 아시다시피 신체를 주인 없이, 비워둔 채로 놔두면 떠도는 영혼들과 금방, 자석처럼 붙어버리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런데?
-이게 노이만 양, 아니 노이만 씨로 하여금 남성의 역할을 하게 하려니 캐빈을 열고 자세를 바꾸지 않으면 불가능했습니다.
형사는 자기도 모르게 작은 구멍 위로 불쑥 나온 살색의 물체를 상상하고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역겨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캐빈을 열었는데?
-일을 치르려고 하니 갑자기 제 몸이 눈을 번쩍 뜨더니 황급히 도망쳤습니다.
-쫓아가 보진 않았소?
-쫓아가 봤지요. 그런데 그때 노이만 씨는 아랫도리를 벗고 있었던 데다가, 제 몸을 도둑질한 놈이 병원의 구조를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로그아웃 하기 전 30분의 기록을 찾아내서 곰곰이 따져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건 작정하고 계획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의사 선생.
-네.
-왜 자위해서 사정해 볼 생각은 하지 않았소? 그러면 바로 증명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일이 생길 위험도 덜할 테고, 그리고 집어넣는 것과 당하는 것에 있어 후자가 훨씬 더 위험하다는 걸 모를 리 없었을 텐데?
-그게… 저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그 당시에는 그랬습니다. 도무지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못 견딜 만큼의 충동이 들어서…
크라우스 형사는 속으로 ‘추가 실험 과제로 뒤쪽의 성능을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란 생각이 들었지만, 입 밖으로 내기에도 지저분해지는 것 같아 참았다.
그때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크라우스의 동료가 들어와 형사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선생.
-네,
-방금 선생의 몸을 찾았다는 연락이 들어왔다고 하는군요.
-네? 다행입니다. 어디에서요?
-선생의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의 영혼이 선생의 몸에 우연히 들어갔다는 모양이에요. 다행입니다. 혹시라도 유괴를 당하거나, 혹은 누가 몸을 챙겨 가버렸으면 선생의 몸을 찾기가 굉장히 까다로울 뻔했어요. 그렇게 잃어버린 몸이란 무기명채권이나 등록되지 않은 총이나 마찬가지니까. 운 좋은 줄 아슈.
-아… 형사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말이오.
-네.
-하나 의심스러운 것이 있어서 말이지요. 당신의 몸, 그거 원래부터 캐빈에 들어가 있지 않은 상태였죠?
슈타인하우저는 깜짝 놀라며 형사를 바라본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차피 노이만 씨의 기억을 조회할 예정이니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거외다. 선생은 ‘선생의 몸으로, 여성에게 얼마만큼의 쾌락을 주는지’가 궁금하다고 했었소. 그 이야기인즉슨, 절대로 선생이 ‘성기’로만 그 ‘실험’을 끝내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죽은 듯이 가만히 누워 있는 상태로 실험할 거라면 똑같은 사이즈로 된 모형만으로도 충분했을 거 아닙니까. 혹시, 자신의 몸에다가 더미(Dummy)를 집어넣고 그 실험인지 뭔지를 한 것 아니오?
-아아… 형사님 죄송합니다.
슈타인하우저가 고개를 푹 숙이고 부끄럽다는 듯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