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던 시영이와 술에 얽힌 사랑이야기~~~
나는 소주이든, 막걸리든 술을 참 좋아하는 애주가이다.
하루일을 마치고 귀가하여 저녁밥과 함께 마시는 두 잔의 소주 두 잔 반주를 특히 좋아한다.
가끔 회식이 있어 밖에서 마실 때도 종종 있지만 절대로 폭음을 하거나, 취해서
시비를 걸거나 흔들리는 법은 없다. 다만 기분이 좋으면 늘 즐겨 부르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정도다. 그리고 조금 과하게 마셨다 하면 바로 잠드는 습성이 있어서
주사가 전혀 없는 편인데 담배를 끊고 술 마시는 횟수가 많아지고부터는 몸무게가 겉잡을 수 없게 늘어나니까 식구들이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몸무게가 116~119 세 자리를 넘고도 놀랄 정도로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저녁 반주로 마시는 술은 하루 동안의 피로들이 녹아 풀어지고 밤 시간 경영을 준비하는데 묘한 안정감을 준다. 책을 보기도 하고 식구들과 장기와 오목도 두고 재미난 텔레비전도 보고 인터넷 카페에 댓글달기와 글도 쓴다. 물론 책 읽기와 음악공부도 할 정도로 밤시간 또한 낮시간만큼이나 중요한 일과가 된다. 그런 시간에 에너지를 주는 게 바로 저녁 밥상에 있는 두세 잔의 반주인 것이다.
그래서 집에는 항상 소주가 몆 병은 있다.
그런데 이제 중학교 일 학년인 둘째 딸 시영이가 심하게 잔소리를 한다. 아내는 대체로 내가 술 마시는 것에 관대한 편인데 둘째 녀석이 심하게 참견을 하기 시작했다. 아빠의 건강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면서 노골적으로 반대를 한다. 워낙에 귀엽게 참견을 해서 요즈음은 살살 눈치를 보며 마신다. 밥상에 술병만 보여도 알코올중독이 다 되었다며 삼일 건너 한 번씩 마시는 것은 봐준단다. 그리고 술병을 갖다 감추기도 했다. 만약에 그때 내가 술을 찾으러 다니면 "저봐 이제는 중독성이 심하다니까.." 제법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나는 지극히 건강한 애주가라고 항변을 하면, 아빠의 건강은 곧 가정의 건강과 사회건강, 국가건강으로 직결된다며 만에 하나라도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안 된단다. 아주 완고한 반대를 한다. 하도 완강해서 저녁 밥상에서 일주일에 두 번만 마시는 걸로 협상을 했다. 그러나 그게 힘든 거였다. 나는 지친 날개로 돌아오면 딱 두 잔의 술이 내 의식들을 반짝이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며칠이 지난 저녁밥상에서 사달이 나고 말았다. 술을 먹지 말아야 하는 날, 늦게 돌아와 혼자 밥을 먹게 되었다. 아내가 밥상을 차릴 때 둘째 딸 시영이 몰래 물컵에다 얼른 소주 두 잔 정도를 따라 주었고 나는 물컵처럼 놓고 밥을 먹으며 편안하게 술을 물처럼 마셨다. 전에도 몇 번 그렇게 마셔도 들키지 않았다. 둘째 딸 시영이 녀석이 낼 저녁이 허가된 날이라 오늘은 감시해야 한다며 슬쩍 밥상을 둘러보았다. 안심하는 눈치였다. 그러다가 목이 마른 지 무심코 내 물컵을 들어마시다 혼비백산을 한다. 물론 나는 움찔하고 놀랐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녀석은 벌컥 들이킨 소주맛을 휑궈내며 "아빠 이렇게 나를 속인 거야? 아빠가 어쩜 이렇게 용의주도하게 가장 사랑하는 딸을 속이는 거야?" 그러면서 한동안 속사포를 날리는데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앞으로는 삼일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허가를 한단다.
그러면서 단단히 삐져 장기나 바둑을 두자고 해도 말을 안 하고 무시를 해 버린다. 자기의 아빠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약속도 못 지키는 가장을 믿고 따르기가 힘들다는 거였다.
그때 녀석이 풀어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러고 나서는 저녁 밥상에 소주의 행복을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었던 적이 있었다. 이제 그 딸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었고 이제 결혼할 때가 되었다. 이제 자주 만나는 친구도 생긴 모양이다. 그래도 나를 닮아 아주 초긍정의 사고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나보다 더 긍정적이다. 그런 딸들을 위해서 건강을 확실하게 챙겨야 하는데 나이가 드니 알게 모르게 몸 전국이 삐걱거린다. 이제 녀석들과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둘 다 시집을 갈 마음에 준비를 하고들 있다. 이제 딸들이 결혼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