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샴쌍둥이?!
최근 유튜브와 언론에서 중국이 망해간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말 중국이 무너진다면, 왜 나는 계속 중국 연구에 매진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국은 망하지 않는다. 만약 중국이 무너진다면, 한국이 먼저 위기에 빠질 것이다. 물론, 반세기 안에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패권국가로 떠오를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미국 역시 중국을 냉전 시기의 소련이나 1990년대 일본처럼 쉽게 완전히 좌초시키지 못할 것이다.
작년 7월,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은 중국의 GDP 성장률이 6.3%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예상치(7.1%)를 밑돈 수치다. 올해 2024년 중국의 목표 경제성장률은 4.8%이었으나 며칠 전 World Bank에서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3%로 인하했다. 이 발표를 두고 중국 경제가 침체된다는 비관적인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를 망했다고 볼 수 있을까?
2022년 OECD 회원국의 평균 성장률은 2.8%였다. 미국, 일본,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각각 2.6%, 2.1%, 1%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들 국가가 경제 위기에 빠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2021년 기준 미국의 GDP는 23.32조 달러, 중국은 17.73조 달러로 미국의 76%에 달한다. 이는 일본 GDP(4.941조 달러)의 4배, 한국(1.811조 달러)의 10배에 가까운 규모다. 이러한 거대한 경제가 5-6% 이상 성장하는 것은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니다. 성장 둔화는 맞지만, 이를 두고 ‘붕괴’라고 말하기는 지나치다.
디커플링(decoupling)은 마치 무역전쟁과 같다. 그러나 무역전쟁 속에서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오히려 증가했다. 무역을 단절할 수 있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미국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시장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5만 개 이상의 미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있으며, 애플의 아이폰 생산 기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중국 정저우(Zhengzhou)의 공장은 1.4백만 평방미터 규모로, 20만 명이 근무하며 하루 50만 대의 아이폰을 생산해 전 세계 물량의 70%를 공급한다. 이처럼 방대한 생산망을 다른 나라로 하루아침에 옮길 수 있을까?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역시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테슬라는 2024년 1분기 매출의 21%, 판매량의 32%를 중국에서 올렸다. 중국은 테슬라에게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머스크는 중국 방문 중 외교부장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중국과 미국은 샴쌍둥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21.3%라는 소식에 중국 경제의 붕괴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너도나도 유럽과 미국 언론들은 중국의 실업률을 자국 뉴스 헤드라인에 걸고 잔치를 하듯 중국이 망해간다는 기사를 폭발적으로 뿜어냈다. 그러나 숫자의 의미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수치는 16~24세 인구를 기준으로 한 실업률이다. 2020년 기준, 이 연령대 인구는 약 1억 69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2%를 차지한다. 물론 청년 실업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도전 과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중국 경제 전체의 붕괴로 연결 짓는 것은 비약이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전체 실업률은 5%대였으며, 한국은 2%대였다. 한국의 실업률이 중국의 절반이었지만, 체감 경기가 중국보다 두 배 좋게 느껴졌는가? 경제적 현실은 단순히 수치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중국 내외에서는 경제적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6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만난 한 사업가는 자본가들이 동남아시아로 자금을 옮기며 '경제적 자유'를 찾아 나선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뢰의 부재가 중국의 가장 큰 약점이다. 전랑(戰狼) 외교로 국제 사회에서 반발을 산 것도 결국 신뢰 문제와 맞닿아 있다. 하지만 현재의 중국은 냉전 시기 미국이 따돌렸던 러시아와는 다르다. 또한, 1985년 플라자 합의로 날려버린 80~90년대의 일본과도 다르다.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 패권국가로 떠오르긴 어려울 것이다. 또한, 미국도 중국을 과거의 소련이나 일본처럼 쉽게 좌초시킬 수 없을 것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끊이지 않지만, 거대한 경제 구조와 복잡한 국제 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의 붕괴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패권국이 되긴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중국을 손쉽게 몰락시킬 수도 없다. 양국의 관계는 상호 의존적이며, 중국의 운명이 곧 한국과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 성적표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 사회적, 외교적 현실을 균형 있게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