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국이 되기 위해 중국에게 진정 필요한 것
한국과 중국 그리고 미국 경제에 대한 재미난 기사가 실렸다.
여러 기술적 발전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한국을 앞질렀고, 한국과 유럽의 국가들을 따돌리고 미국의 기술력을 가장 근접거리까지 따라잡았다. 특히 중국 배터리 업계 세계 1위인 CATL는 2023년 R&D 투자 규모가 한국의 삼성, 엘지, SK의 투자규모를 합친 것보다 1조 원 가까이 많다. (다른 디테일한 사항은 기사 원문을 참조하기 바란다.) 도대체 중국은 어떻게 이렇게 막대한 투자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신기하지 않은가? 지방정부 부채나 중앙정부 부채가 파산 직전인데도 어떻게 이런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을 쏟아 부울 수 있단 말인가?
2017년부터 일 년에 두 번씩 학회, 강연, 기업미팅등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대부분의 주요 도시는 모두 방문했고, 길게는 5주 가까이 머물 때도 있었다. 아침은 2000-3000원에 해결할 수 있어 저렴해도 놀라고, 저녁 중요한 미팅은 야경이 아득히 보이는 루프탑에서 했더니 몇십만 원은 훌쩍 넘는 참 희한한(?) 나라였다. 2024년 지금도 식당 종업원이 원화 100만 원이 채 안 되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렇게 천문학적인 투자자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인가? 나만 신기한 걸까?
답은 간단하다.
얼마 전 IMF에서 중국 경제에 관한 경제보고서가 출간되었다. 2천만 채에 달하는 미완성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중국경제는 2-3%대의 경제성장에 머무를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여전히 인구의 절반은 rural 지역에 거주하고, 한 달의 500 위안 ( 70달러) 이하의 수입으로 살아가는 인구가 2억 2천만에 달하고, 1000-1500 위안 (140달러에서 210달러)으로 살아가는 2억 4천4백만 명, 대충 5000 위안 (700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인구가 10억 명이 넘는다. 이 숫자들을 적어 내려가는 데 손이 떨릴 지경이다. 인구문제, 식량문제, 환경문제등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정부재정의 고갈, 소비력의 절대적 감소, 고용창출의 문제, 엄청난 실업률의 문제, 소득 불평등의 문제 등 소위말하는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갈아 넣어 마련한 어마무시한 투자자금이 기술발전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시진핑도 이제 71세다. 집권 4-5기 정도까지 한다면, 향후 10-13년 동안의 사활을 건 기술굴기 도전이다. 14 억 인구 중 10억 이상의 중국인구의 최저 생계비 생활을 갈아 넣은 투자로 일궈지는 기술굴기로 반도체, 이차전치, 원자력, 바이오, AI, 양자등에서 중국이 압도한다면, 전 세계 기술디자인에서 생산라인까지 장악하려 할 것이고, 그것은 기술식민지 개척과 더불어 위안화의 세계화라는 그들의 꿈, 중국몽으로 이어질 것이다.
처음 중국이 1978년에 개혁개방을 한 이유는 검은 고양이든 횐 고양이든 쥐를 잘 잡으면 된다라는(공산주의든 자본주의든 국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다면 좋은 정책이다라는 의미) 덩샤오핑의 유명한 말로 잘 설명이 된다. 경제성장을 통해 사람들이 잘 먹고살 수 있다라면 공산주의냐 자본주의냐 따위의 질문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람이 국민이 중심인 사회였다. 혹 속마음을 감춘 도양광회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개혁개방으로 수 억 명의 사람들이 실제로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난 건 자명한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5월 독일에서 아시아 국가를 제외한 세계 15개국에서 온 학사 및 석사 학생들과의 세미나에서 모든 강연을 마친 마지막 날 학생들에게 물었다. "What is your first impression of China as a country and its culture?" 유럽 각국에서 온 학생들은 중국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가득했다. 사실 가본 적도 없고 경험해보지 못한 중국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었다. 이유도 없는. 그냥 싫은. 심지어 러시아와 가까운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나라에서 온 친구들도 그랬다. 한 번도 밟아보지 않은 땅 중국에 대해 어떻게 중국은 그토록 깊고 깊은 불신을 심어 줄 수 있었을까
패권국이 되기 위해 중국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첨단 기술 지배력이나 미국 달러와 같은 위상을 지니는 위안화의 세계화뿐만이 아니다. "자유, 신뢰, 정의...." 등이라는 추상적이고 애매모호만 그 무언가 이다. 마치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믿고 내 가족을 태울 수 있는 가라는 질문에 우리가 답할 수 있을 때 그들이 말하는 진정한 패권국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