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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Sam Sep 28. 2024

한국인 미국 교수가 멀찍이 보는 미국과 중국이야기

중국의 경기부양책 2024년 9월 24일 

지난여름 중국에 방문했을 때, 존경하는 한 회장님을 뵈러 상하이에 들렀다. 상하이에 온 김에 가장 핫하다는 와이탄을 지나칠 수 없었다. 혼자 와이탄을 거닐고 지하철역으로 돌아오는 길, 한 블록의 절반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늘 중국의 거시 경제 데이터를 챙겨보던 터라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현장에서 목격한 침체된 실물 경제는 훨씬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상황은 상하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후 방문한 우한, 창사, 정저우 같은 중국의 주요 도시들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펼쳐졌다. 가장 활기차야 할 저녁 시간에도 거리와 상점들은 한산했고, 고속도로를 지날 때 마주한 것은 비어 있는 아파트 단지들이었다. 식당들조차 손님 없이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마침내 9월 24일, 중국은 통화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첫 번째로 다뤄야 할 문제는 부동산이었다. 오랜 기간 과잉 공급과 개발사의 부채 문제로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헝다 그룹과 같은 대형 개발사의 부채 위기는 수많은 프로젝트를 중단시켰고, 이는 중국 경제 전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GDP의 약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에서 발생한 위기는 자연히 소비 심리까지 위축시켰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은 불안감에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정책 금리 인하와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금융권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은행들이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금융 시장은 여전히 국유 은행이 장악하고 있어, 이러한 금리 인하가 실제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급준비율을 더욱 신속히 낮추며 돈이 시장에 풀리도록 촉진한 것이다.

두 번째로는 소비자들을 위한 부동산 정책이 이어졌다. 기존 주택 대출 금리를 0.5% 인하하고, 2 주택 구매 시 필요한 다운페이먼트를 25%에서 15%로 낮추었다. 미분양된 아파트나 땅에 대한 금융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유 은행이 이를 매입하기로 했다. 사실상 중국 금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국유 은행이 부채를 떠안겠다는 선언이자, 간접적인 구제책인 셈이다.

세 번째로는 주식시장 부양책이다. 중국 중앙은행이 돈을 빌려 자사주 매입을 장려하고, 이를 통해 주식 가격을 부양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해는 간다. 소비심리를 부축이기 위해서 부동산 시장이나 주식시장이 같이 상승해 줘야 하는데, 부동산 시장은 너무 가망이 없어 보이고, 주식시장 부양을 통한 소비심리 부축이라도 꽤 하려 하지 않았을까 올해 일본처럼 말이다. 아무쪼록 이런 형태의 자사주 매입은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유지하는 중국이기에 가능한 정책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중국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는, 자유 시장 경제에서 기업들이 실제로 회사에 대한 자신감과 주인 의식을 바탕으로 행하는 행위와는 거리가 멀다.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이 정부에 의해 사라졌다 다시 돌아온 사건은 이러한 기업 환경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자사주를 매입하며 기업에 대한 신뢰를 표명할 수 있을까.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부양책 발표 이후, 미국 증시도 일시적으로 들썩였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회의적이었다. 1978년 개혁 개방 이후 최악의 부동산 시장, 최저의 소비심리, 그리고 침체된 주식시장 속에서 중국경제가  과연 중국 정부의 마지노선과도 같은 2024년 경제성장률 5%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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