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간 그리고 중국의 시간
현재 미국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로 인해 그야말로 뜨겁다. 지난 한국 대선처럼 미국 역시 국민들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 치열한 승부를 예측하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의 경제정책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해리스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높은 세율 정책을 통해 불평등 해소를 시도하겠지만, 이에 따른 경제 성장률이 약 2% 감소할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반면,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한국을 포함한 미국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금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세계가 주목하는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2012년부터 집권 중이며, 부주석 시절을 포함하면 이미 16년 이상 통치해오고 있다. 이는 미국 대통령의 임기(4년)의 세 배에 해당한다. 최근 열린 중국의 3중 전회에서는 개혁 완수 시점을 2029년으로 설정했는데, 이는 시진핑 4기 집권을 암시하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과 중국의 정치 제도의 차이는 경제정책 완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대통령 임기가 4년이기에 단기 성과가 매우 중요하다. 재집권을 위해서는 짧은 시간 내에 경제 회복을 입증해야 한다. 반면, 중국은 같은 지도자가 10년에서 20년 이상 장기적으로 집권할 가능성이 있어, 경제정책의 성공 여부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된다.
거시 경제정책의 특성상 단기 성과를 내기란 어렵다. 실제로 경제학에서는 정책이 시행된 후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가르친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경제 대결도 시간 싸움인 셈이다. 미국은 동맹국들과 연합해 중국을 고립시키려 한다. 시간은 중국의 편이기 때문이다. 과거 자동차 산업은 국력을 상징하는 주요 산업 중 하나였다. 내연기관차는 약 3만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지만,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적은 1만 8,900여 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중국은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에 올인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는 1995년 중국 정부의 지원 속에 탄생했다. BYD는 2019년 도요타와의 합작으로 전기차 기술력을 입증했으며, 현재 테슬라, 벤츠 등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이 중국과 협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이러한 중국의 전기차 성장을 경계하며 관세를 인상하고 있다. 유럽은 45%, 미국은 25%에서 최대 100%까지 관세를 높일 계획이다. 불과 40년 전까지만 해도 농업 중심이었던 중국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장악했다는 사실은 놀랍다.
최근 미국 연방정부는 중국 경쟁 평가 팀장을 모집하면서 연봉을 18만 달러(약 2억 4천만 원)로 책정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을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보여준다. 미국은 4년마다 정권 교체 혹은 재집권 문제로 격동을 겪는다. 정권에 따라 이전 정책이 뒤집히기도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케어를 폐지했던 것처럼 말이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데 성공한 듯 보였다. 하지만 바이든이 중도하고 해리스가 민주당 후보로 나서면서 역사상 최고의 승부가 예상되고 있는 중이라, 대중국 대응이 주춤한 형세다. 하지만 중국은 각종 화폐정책과 재정정책 (10월 12일 기자회견 예고)을 쏟아내며 경기부양과 각종 첨단 산업 발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만약 트럼프가 재집권해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을 강하게 요구한다면 철옹성과 같은 서구세력들의 동맹 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반면, 중국은 시진핑의 장기 집권 속에 안정적인 경제 플랜을 이어가며, 반도체 자급까지 이루게 된다면, 이미 전 세계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을 앞선 BRICS 국가들을 통한 동맹국 확보와 함께 미국과 충분히 맞설 수 있는 입지를 다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11월 5일 미국 대선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