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SM 13th Story
안녕하세요, 에이엠컴퍼니입니다. 오늘은 색(Color)에 대한 수다를 나눠볼까 합니다.
개인적으론 좋아하는 색을 묻는 질문을 좋아합니다. 단 번의 질문으로 상대방의 취향과 성향 등을 알 수 있어서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떠올려보세요.
사내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색 취향을 물어봤습니다.
1.특별히 좋아하는 컬러가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R&D 지나 : 진한 보라색, 초록색, 갈색을 좋아합니다. 보라색은 신비롭고 매력적인 컬러고, 초록색과 갈색은 자연의 색과 닮아 있어서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를 닮았습니다.)
●브랜드 마케팅 제임스 : 블루톤 계열의 컬러를 이유 없이 좋아해요. 굳이 설명하자면 바다를 좋아하기도 하고 보고 있으면 차분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받거든요. (그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선량한 남자입니다.)
●패션 사업부 대표 안스터 : 컬러풀한 옷과 무채색 옷을 믹스하는 것을 즐긴다. '딱 이색이야’ 라고 규정하기 보다는 다양하게 기분, 그날의 TPO에 따라서 다르게 입기 때문에 규정된 색이 아닌, 여러 컬러를 나만의 방식으로 소비한다. 그래도 꼭 필요하다면, 블랙, 틸그린, 퓨시아 계열! + 블루 데님은 기본! (그녀는 아주 독보적인 매력을 가졌습니다.)
2. 쇼핑할 때 고민하지 않고 집어 들게 되는 옷의 컬러는 무슨 색인가요?
●R&D 조이 : 아이보리, 크림 계열이요. 화이트보다 덜 부담스럽고 은은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줘요. (그녀는 사람 간의 조화를 중요시합니다.)
●섬유 영업 아담 : 검정은 항상 옳다, 카키는 내츄럴 함 (그는 아주 유능하고 카리스마 있는 남자입니다.)
3. 옷장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옷의 컬러는 무엇인가요?
●섬유 영업 조던 : 흰색, 깔끔하고 때 묻지 않음 (그는 톡톡 튀는 패션과 성격을 가졌습니다.)
●섬유 사업부 대표 럭케이 : 80% 이상이 블랙입니다. (그는 차분하고 세심한 남자입니다.)
●섬유 영업 올리브 : 블랙+화이트 그 외 컬러는 핑크 입니다, 핑크는 포인트 주기가 좋은 것 같아요(그녀는 만화 캐릭터 같이 귀여운 여성입니다.)
4. 싫어하는 컬러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R&D 이네스 : 청록색, 세련되고 럭셔리한 컬러지만 동양인의 피부에는 애매한 느낌을 준다(그녀는 인간 팬톤입니다.)
●섬유 영업 미치 : 파랑.노랑.레드 기타 파스텔 계열, 이유? 매칭하기 힘드니까(조금 특이한 남자입니다.)
●섬유 영업 아카도사 : 보라색 계열을 좋아하지만, 나의 피부톤과 맞지 않기 때문에 좋아하면서 싫어하는 칼라입니다.(패션에 대해 좀 아는 남자입니다.)
저마다 가진 고유한 개성처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컬러도 참 다양한 걸 알 수 있죠. 혹시 눈치채셨나요? 좋아하는 컬러와 싫어하는 컬러, 그리고 물건의 색상을 선택하는 요인은 한 가지가 아니라 아주 다양하다는 것을요. 그저 '어떤 색을 좋아한다.' 에서 그치지 않고 '아, 이 사람은 이런 성향을 가졌구나.' 하고 그려지게 됩니다.
이토록 우리의 삶을 다채롭게 물들인 '색'이 실존하지 않는다면 믿으실까요?
바다는 푸르고 풀은 녹색, 흙은 갈색... 세상의 색은 원래 정해져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의 색은 사실 우리 머릿속에만 존재합니다. 서로가 공통의 컬러를 본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죠. 마치 덩컨 존스 감독의 영화 '더 문(The Moon)에서 공통의 기억을 가진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 떠오릅니다.(이 영화는 정말 명작이기에 스포는 하지 않겠습니다.꼭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사람이 물체를 볼 수 있는 것은 '가시광선' 덕분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빛 중 물체에 부딪혀 일부는 흡수되고 일부는 반사되어 인간의 눈으로 들어옵니다. 이 때 380~980mm(나노미터)의 파장 길이를 가지는 광선이 가시광선이죠. 파장의 길이가 짧아져 380mm에 가까워지면 보라색이 되고, 780mm에 다가갈수록 빨간색으로 보이게 됩니다. 그 사이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무지개색이 포함됩니다.
어린시절 과학책에서 본 것 같은 이미지죠? 사람의 망막에는 빨간색(R), 초록색(G), 파란색(B)의 3가지 색을 느끼는 원추 세포(원뿔세포)가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모니터의 바로 그 RGB가 맞습니다) 빛의 종류에 따라 세포의 활성화 정도가 달라지고, 이를 신경 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색상을 인식하게 됩니다. 특정한 빛의 파장을 물체가 반사하면 그 반사광 때문에 고유 색상을 인식하는 것이죠. 사람의 망막에는 대략 6백만 개의 원추세포와 1억 2천만 개 정도의 간상세포가 존재한다고 하며 약 1,690만 가지의 색상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와, 이 모든 과정이 정말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다니.. 정말 경이롭지 않습니까!
결국 우리의 뇌가 인식하는 것이 물체의 색상이 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뇌가 동일하게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절대적인 색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색상은 물리적인 실체가 아닌, 조명에 의해 시시각각 바뀐다는 말인데 사과를 빨갛다, 바나나를 노랗다 라고 인식하는 것은 교육과 문화, 경험 등에 의해 우리가 인지하고 머릿속으로 그려내는 '지각색'이라고 할 수 있죠.
이에 관해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한때 전 세계가 떠들썩했던, 일명 '드레스 색 논쟁' 입니다.
2015년 마치 깻잎논쟁처럼 온라인 상에서 아주 유명한 논쟁이 일어납니다.
사건의 출발은 이러합니다. 영국 북서부의 외딴 섬 콜론시(Colonsy)에 사는 싱어송라이터 '케이틀린 맥닐'(Caitlin McNeil)의 어머니가 피로연에서 입겠다며 의견을 물었습니다. 케이틀린은 무심결에 “파란색-검은색 드레스네” 하고 대답했다가 친구로부터 면박을 들어야 했습니다. “무슨 소리야. 흰색-금색이잖아.”이때부터 논쟁이 시작됐죠. 멀쩡히 사진이 찍혔는데 전혀 다른 색으로 이야기하는 친구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텀블러(Tumblr)’라는 SNS 사이트에 사진을 올리고 네티즌의 의견을 구하게 되면서 삽시간에 2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논쟁에 가세했습니다.
해외 인터넷 투표에서는 파란색-검은색이라는 의견이 30%, 흰색-금색이 70% 정도였습니다.(제 눈에는 당연히 파+검인데 말이죠!) 우리나라 네티즌들도 논쟁에 동참했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원래 드레스의 색깔은 파란색-검은색이 맞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우리의 뇌가 눈에 보이는 색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같은 색이라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 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죠.
우리는 밝은 곳에서도 어두운 곳에서도 바나나를 여전히 노랗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환경 변화에 상관없이 물체의 색을 동일하게 인식하는 뇌의 기능을 ‘색채 항상성’ 이라 부릅니다. 자주 보던 물체라면 빛의 특성과 세기를 감지해서 색채 항상성을 발휘할 수 있지만, 처음 접하는 물체는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이때 각자의 판단이 개입되죠. 자신의 지난 경험을 토대로 물체의 색을 유추해서 결론을 내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기억색’ 입니다. 옷에 내리쬔 조명이나 실내 환경을 나름 고려해서 판단한 것이죠.
드레스 색깔 논쟁은 바로 이런 기억색에 의한 착시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당 논쟁은 과학 칼럼까지 쓰일 만큼 연구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색이 뇌의 인지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우리의 문화와 감정에도 깊게 작용합니다. 오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부분입니다. 산업 전반에서 컬러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기도 하죠. 사내 설문조사처럼 색에 대한 선호는 보통 과거의 경험으로 쌓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환경, 문화적 차이, 그리고 배운 것들에 따라 색상을 기억과 관련짓기 시작합니다. '하얀색=깨끗하다' 라던지, '검정색=고급스럽고 시크하다' 처럼요. 만약 사람들에게 오리가 어떤 색인지 물어보면, 대부분은 노란색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이는 그림책에서 오리를 노란색으로 배웠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만약 페루 아마존 토착민인 칸도시(Candoshi) 아이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그 아이는 오리를 비슷한 색을 가진 과일이나 꽃과 비교할 것입니다. 칸도시 사람들은 색 명칭 대신 주변의 구체적인 자연물이나 사물로 비유하는 문화이기 때문이죠.
두 가지 색상을 보여주고 사람들에게 분홍색을 골라보라 하였습니다.
약 4/5의 사람들이 (a)를 선택했고 1/5의 사람들이 (b)를 선택했습니다. 결국 같은 색 이름을 이야기해도 각자가 연상하는 실제 색은 문화와 경험에 의해 차이가 나게 되죠.
에이엠이 사랑하는 컬러‘카키베이지’ 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카키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군복 컬러를 떠올립니다.그러나 카키(Khaki)는 페르시아어 ‘khak’에서 유래된 흙먼지(Dust)라는 뜻의 단어입니다. 색으로는 베이지Beige에 가깝죠. 19세기 초반 영국이 인도를 점령했던 시절, 인도의 지형에 알맞게 염색된 황갈색 면 원단으로 영국군 군복을 제작했습니다. 인도인들이 이를 보고 먼지와 같은 색깔 이라 표현하여 그들의 말인 'Khaki'라는 말이 정착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카키하면 국방색(올리브색)을 떠올리게 된 것은, 카키라는 단어가 색이 아닌, 군복 바지를 칭하는 의미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대중들에게 카키(군복)색=올리브색이 된 것이죠. 당시의 한국 군복 바지의 컬러는 정확히는 약간의 회색기가 도는 어두운 올리브색인 올리브 드랍(Olive drab) 컬러인 셈입니다.
AMCOMPANY의 카키베이지는 이런 흙먼지색 카키의 톤다운되고 은은한 베이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베이지(Beige)는 색상이 아닌 진하고 옅음을 표현하는 색조의 범위입니다. 표백이나 염색을 하지 않은 천연 양모를 의미하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만큼 자연 친화적인 컬러이죠. 베이지 하면 모래색이나 아이보리 정도를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또 중립 색상, 자연 재료, 품질 있는 장인 정신으로 표현할 수 있는 스칸디나비아의 예술과 인테리어, 패션계에서 의미 있는 색입니다.
베이지는 우리가 지속가능함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추구하는 방향성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세상의 온화함과 평온함에 대한 선망이 에이엠이 카키베이지를 이토록 사랑하게 만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카키베이지 컬러를 구현하는데 있어 언제나 고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카키베이지라는 컬러는 참 신기하게 어떤 소재인지, 다이마루인지, 우븐인지, 제직과 편직 방식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어울리거나 또 자칫 촌스러워질 수도 있다는 것, 정말 미묘하고 예민한 녀석입니다. 특히나 동양인의 피부색에 차가운 계열과 따뜻한 계열 사이를 잘못 고르면 피부톤이 굉장히 칙칙해 보일 수 있는 색이죠.
밝은 피부를 가진 팀원, 구릿빛 피부를 가진 팀원들에게 마치 퍼스널 컬러 테스트를 하듯이 일일이 대조도 해볼만큼 아주 고민되는 컬러입니다.
다른 컬러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카키베이지 컬러에 많은 공을 들이는 걸 고객도 아시는지 #136 L/카키베이지가 가장 인기 컬러이기도 합니다. 원하는 색감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의 BT 테스트를 거쳐 최종적으로 #136 L/카키베이지가 탄생합니다.
오늘은 우리에게 익숙한 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알아봤습니다. 오늘부터 이 글을 통해 세상의 컬러들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실 것 같습니다.
혹시 색 이야기에 너무 신나서 수다스러웠나요? 하지만 못다한 이야기가 더 있다는 사실!
하고 싶은 말이 아직 산처럼 남아있으므로 두 편으로 나누게 되었습니다.
下(하)편에서는 에이엠이 컬러를 기획하는 방법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를 다루겠습니다. 우리가 트렌드를 어떻게 분석하는지, 그리고 컬러를 만들어내는 산업에서 필요한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들을 소개하고, 에이엠컴퍼니의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염색되어지는 아이템들에 대한 소개도 할테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AMSM은 에이엠컴퍼니가 발행하는 월간 매거진입니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해 자연과 함께 디자인하는 에이엠컴퍼니의 24년 9월 13th story는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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