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과 아우, 뜻은 단순하나 이 말은 보기보다 그렇게 간단한 말이 아니다. 아우는 남녀 모두에게 쓸 수 있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언니와 아우, 누나와 아우, 오빠와 아우라고는 하지 않는다. 사전도 춤을 춘다. 춤은 즐겨야 제맛! 그 향연을 즐겨보자.
형제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봤다. [다음]사전, [네이버]사전 각각 2번에 해당하는 내용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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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같은 부모에게서 난 형제와 자매, 남매를 통틀어 이르는 말.
저는 다섯 형제 중의 장남입니다.
영수는 형제가 없어 어린 시절 외로움을 많이 탔다.
2. 형제와 자매, 남매를 통틀어 이르는 말.
부모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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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이 두 사전의 풀이에서 납득이 되지 않는 설명은 몇 군데?
① '형제'라는 말을 찾아봤는데, 설명에 이미 '형제'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 공식으로 하면 '형제=형제+남매+자매' 이렇게 된다. 이게 수학이면? 망한 공식은 따놨다. ‘사촌’에 이어 망작 탄생! 이걸 영어로 치환시키면, elder brother + younger brother = (elder brother + younger brother) + (brother’s elder sister + brother’s younger sister) + (man/boy + brother’s younger sister) 이렇게 된다. '남매'의 '남'은 brother가 아니다. man을 말한다. 틈만 나면 거저 먹으려고 한다. '매(妹)'는 앞에서도 봤지만, 그냥 sister가 아니다. 국어사전에 '자매'를 '언니와 여동생 사이'라고 해놨으니 'sister+sister'가 들어가야 되는데, 앞에서 '자매'의 실체를 봤으니 brother’s elder sister + brother’s younger sister가 되어버려서 국어사전이 의도하는 뜻이 나오지 않는다.
② 예문 중에 "저는 다섯 형제 중의 장남입니다." 이 말을 딱 듣고 '아들만 다섯'인 집의 장남이라는 건지, '아들딸 합쳐서 다섯'인 집의 장남이라는 건지는 구분을 어떻게 해야할까? 아들만 다섯인 집의 장남일 때는 "저는 오남 중 장남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방법이 있다. 여기서도, '남'은 brother라는 뜻을 담는 게 아니라 man을 말하는 거니까 '다섯 아들 중 맏이(장남)입니다' 이렇게 말해야 정확한 말이 된다. 그런데, 사전의 1번 뜻에 등장하는 '형제'라는 말이 가지는 기본 뜻인 '형과 아우'라는 뜻은 정작 필요할 때는 못 써먹는 일이 발생했다. 물론, 워낙 세뇌가 잘 되어 있어서 다섯 형제 중의 장남이라고 해도 웬만해서는 다 알아듣는다. 어쩌면 이게 문제일 수도 있다. 당연하게 여긴다는 뜻이니까.
③ '부모'는 '형제'가 아니라 '자식'이랑 붙여줘야 짝이 맞다. ‘형제’는 남자들끼리만 써먹다가 기분 내킬 땐 남녀전체를 대표하겠단다. 서로 주고받는 언어에서조차 갑질 좀 하셔야겠단다. 괜히 갑질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다.
同生 : 한가지 동 + 날 생
같은 부모에게서 나보다 늦게 태어난 사람을 말하지만, 同生이라는 한자에는 먼저냐 나중이냐 이런 선후 개념도 없고, 누가 위고 누가 아래냐는 상하 개념도 없다. ‘한가지 동’이란 말이 들어가 있는데, 왜 한쪽에만 편의를 주어서 먼저 태어난 사람만 나중에 태어난 핏줄한테 ‘동생’이라고 부르는 걸까? 나중에 태어난 사람 눈높이에서도 먼저 태어난 사람이 ‘동생’이 될 수 있는 건데 왜 이 발상은 탈락 처리했을까?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들딸이라면 서로를 ‘동생’이라고 할 수 있는 건데 정말 웃기는 짜장 아닌가! 그러고 보면 형과 동생, 언니와 동생, 누나와 동생, 오빠와 동생! 이 표현들은 굉장히 이상한 말이다. 여동생, 남동생! 단지 익숙해서 그렇지 실체를 파고 보면 이 말은 윗사람만 사용하는 전제에서는 어설픈 반쪽짜리 지칭이다.
동생이라는 말은 한쪽에서 전세 낼 게 아니라 상호 사용을 허용하든가, 무덤으로 보내든가 운명을 바꿔야 한다. 굳이 동생이라고 할 이유도 없다. 나이를 개입시키는 동생이라는 말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brother/sister 딱 이거면 된다. 여기에 버금가는 말이 나와줘야 한다. 불행히도 정답은 저 바다 건너에 있는 거 같다. 위아래를 따지지 않으니까 우리처럼 복잡해지지 않는데, 툭하면 영어 끌어다 쓰는 사람들이 왜 이 brother/sister 발상은 안 훔쳐다 쓰는지 모르겠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동생'이 될 수 없다는 발상은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우리 모두 집단 체면을 벗어던져야 한다.
글 초반에 '아우'가 두드려맞긴 했지만 '아우(弟)'에는 '성별'이 들어있지 않다. 사전이 중심을 못 잡아서 그런 것뿐. '동생' 버리고 '아우'를 키웠어야 했다. [네이버] 사전처럼 'younger brother'한테만 써야겠다면 답 없고.
삼촌은 아빠의 결혼하지 않은 형이나 결혼하지 않은 남동생을 말하고, 외삼촌은 엄마의 오빠나 남동생을 말하고, 고모는 아빠의 누나나 여동생을 말하고, 이모는 엄마의 언니나 여동생을 말한다. 아빠의 형이 결혼을 하면 ‘삼촌’이라고 하지 않고 ‘큰아빠’라고 하고, 아빠의 남동생이 결혼을 하면 ‘작은아빠’라고 한다. 엄마의 오빠나 남동생은 결혼을 하건 하지 않건 ‘외삼촌’이라고 한다. 고모나 이모는 결혼을 하건 하지 않건 고모, 이모다. 고모와 이모는 나랑 몇 촌일까? 앞에서 언급했던 '진짜는 나중에!'라고 했던 그 진짜가 이거다.
일촌, 이촌, 삼촌, 사촌 이런 촌수를 말하는 지칭 중에서 왜 '삼촌'만 쏙 뽑아서 특별히 호칭으로 당첨시켰을까? 그 ‘삼촌’이라는 호칭은 또 왜 다 아빠, 엄마 쪽 아들들이 독점할까? ‘고모’, ‘이모’는 ‘삼촌’이 될 수 없는 운명! 고모, 이모는 결혼하기 전부터 ‘母’인데 남편의 형이나 남동생은 왜 결혼 여부에 따라 '父'가 왔다갔다 할까?
아버지의 형이나 남동생이 ‘삼촌’이면 엄마의 오빠나 남동생도 그냥 ‘삼촌’이라고 해야하고, 엄마의 오빠나 남동생이 ‘외삼촌’이면 아빠의 형이나 남동생은 ‘내삼촌’이라고 해야 맞겠지만, 굳이 따질 때는 ‘친삼촌’이라고 한다. '親'은 '친할 친' 자다. '친삼촌'이라는 말에 갇혀 아빠의 형이나 남동생하고만 '친해야되는' 팔자! 엄마의 오빠나 남동생하고는 더 친해지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나? 엄마의 오빠나 남동생이 '친삼촌(親三寸)'이면 안 되는 근거는 뭔가? 독점권을 가져갈 때는 그 정도는 설명해주고 가져가야 되는 거 아님?
삼촌은 말 그대로 나랑 일촌 간도 아니고, 이촌 간도 아니고, 삼촌 간이라는 그냥 촌수를 나타내는 말일 뿐이니까 고모, 이모 이런 말 다 때려치우고 똑같이 '삼촌'으로 하든가. 뭐 하나 딱 떨어지는 게 없다. 아빠의 누나랑 여동생, 엄마의 언니랑 여동생의 존재를 의식했다면 여기에 ‘외’자까지 붙여서 호칭과 지칭으로 쓸 수 있었을까? ‘장인, 장모’에서 살펴봤지만 여자는 人이 아니었으니까?
고모(姑母)의 고(姑)는 ‘시어머니 고’도 되지만, ‘고모의 고’도 된다. 이모(姨母)의 이(姨)는 그냥 ‘이모 이’일 뿐이다.
姑자는 ‘시어머니’나 나이가 많은 여자를 통칭하는 글자이다. 姑자는 女(여자 여)자와 古(옛 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古자는 방패와 입을 함께 그린 것으로 ‘오래되다’라는 뜻이 있다. 이렇게 ‘오래되다’라는 뜻을 가진 古자에 女자가 결합한 姑자는 ‘오래된 여자’ 즉 ‘나이가 많은 여자’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姑자는 집안에 나이가 많은 여성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 시집간 여자에게는 ‘시어머니’가 되겠다. [네이버 한자사전]
근데, 결혼도 안 한 아빠의 여동생을 왜 '고모'라고 부르지? 엄마의 언니나 여동생을 ‘고모’라고 부르면 안 되는 이유는? 오래된 여자? 오래된 남자는 무슨 한자를 쓰더라?
고모(姑母) → '나이가 많은 여자' + '어미'
나이가 많은 여자인 어미는 내 엄마일 수도 있는데? 나이가 많은 여자의 어미일리도 없고. 나이가 많지 않은 여자는 '고모' 자격이 없는 거라고 접수해야 되나? 한자는 저렇게 써놓고 아빠의 누나나 여동생을 말한다고 풀이해놓았다. 아빠의 누나, 여동생이 어째서 나한테 '母'? 나한테는 그저 아빠의 누나, 여동생일 뿐인데. 아빠의 누나, 여동생은 '나이가 많다'는 저 발상은 또 뭐고! 엄마의 언니나 여동생은 나이가 안 많고, 아빠 쪽 여자들만 나이가 많단다. 이 정도면 '아이고, 두야!'가 나와줘야 한다. 국어사전도 참 힘들겠다. 눈가리고 아웅 해놓고 사전이라고 목에 힘을 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아빠의 형이나 남동생, 엄마의 오빠나 남동생을 묶어서 '삼촌'이라고 했으면, 아빠의 누나나 여동생, 엄마의 언니나 여동생도 묶어서 하나의 호칭을 만들면 되는데, 굳이 갈라놓는 재주! 갈라치기는 여자한테만?
'이모(姨母)'에는 이미 '이모'가 들어간 한자를 써버렸다. '이모'라는 개념이 서기 전인데 이미 글자에는 '이모'를 말하는 한자가 쓰였다. 그것보다 엄마의 언니나 여동생이 나한테 왜 '母'일까? 모든 여자는 '母'라는 발상! 생물학적 접근이 아니면 명함을 내밀지마?
아빠나 엄마 쪽의 여자들이 고모, 이모처럼 ‘모(母)’이니까 아빠나 엄마 쪽의 남자들은 ‘부(父)’가 되는 게 맞다. 지금은 ‘삼촌/외삼촌’이라는 말을 쓰지만 원래는 아빠의 형을 백부(伯父), 아빠의 남동생을 숙부(叔父), 아빠의 형의 아내를 ‘백모(伯母)’, 아빠의 남동생의 아내를 숙모(叔母)라고 했다. 이 규칙대로라면 엄마의 오빠를 외백부(外伯父), 엄마의 남동생을 외숙부(外叔父), 엄마의 오빠의 아내를 외백모(外伯母), 엄마의 남동생의 아내를 외숙모(外叔母)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사전에는 ‘외백부’, ‘외백모’라는 말은 나오지도 않는다. ‘외숙(外叔)’이 엄마의 남자형제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나오고, ‘외숙부’를 찾아보니 ‘외삼촌’이랑 같은 말이라고만 나온다. 엄마 쪽은 엄마의 오빠냐 남동생이냐에 상관없이 ‘외숙부’란다. 아버지쪽은 형이냐 동생이냐를 따져놓고, 엄마 쪽은 뭉뚱그려서 숙부란다. 사전의 정체성은 변덕? 음흉함? 일관성은 일관성 있게 버리고 가겠단다.
‘백부’를 찾아보니 ‘큰아버지’라고 나온다. ‘숙부’를 찾아보니 ‘작은아버지’라고 나온다. ‘외백부’를 찾아보니 실려있지 않았다. ‘외숙부’를 찾아보니 ‘외삼촌’이랑 같은 말이라고 나온다. ‘백모’를 찾아보니 ‘큰어머니’라고 나온다. ‘숙모’를 찾아보니 ‘작은어머니’라고 나온다. ‘외백모’를 찾아보니 실려있지 않았다. ‘외숙모’를 찾아보니 ‘외삼촌의 아내’라고 나온다.
아빠의 형과 남동생은 큰아빠랑 작은 아빠가 되고, 아빠의 형의 아내와 남동생의 아내는 큰엄마랑 작은 엄마가 되는데, 아빠의 누나랑 여동생은 큰엄마랑 작은엄마가 아니란다. 엄마의 오빠와 남동생은 나한테는 큰아빠, 작은아빠가 아니란다. 여자는 내 핏줄한테는 ‘母’가 될 수 없고, 다른 남자랑 결혼해서 그 집안에서 큰엄마, 작은엄마로 통한다. 언제는 또 이모(姨母), 고모(姑母)라며? 반대로, 남자는 결혼하면 내 핏줄한테는 ‘父’가 되지만, 다른 여자랑 결혼하면 그 집안에서는 ‘夫’가 된다. 그러니까 애초에 왜 내 아빠 두고 아빠의 형이랑 동생까지 아빠로 전락시키냐고! 내 엄마 두고 왜 고모, 이모에 큰엄마, 작은엄마 타령이냐고! 아빠의 형, 아빠의 남동생, 엄마의 언니, 엄마의 여동생 이러면 정리 끝인데.
휴, 어지러워서 토하겠다. 정리 한 번 하고 가자.
1. 여자는 남의 집에 가야 큰엄마, 작은엄마가 될 수 있고, 남자는 내집에서 큰아빠, 작은아빠가 된다.
2. 여자는 남의 집에 가면 '母'가 되지만, 남자는 남의 집에 가면 '父'가 아니라 '夫'가 된다. 결혼하기 전에 나한테 母였듯이 결혼해서도 여전히 나한테 母라는 사실을 버리지는 않았다.
나의 엄마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남의 집 엄마이기도 할 수 있는 능력은 아무나 못 갖는 재주다. 지금까지 봐왔지만 대부분의 한국말 호칭, 지칭은 당사자의 시각은 담기지 않았다. 호칭, 지칭을 부여하는 사람의 시각에서 만들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쯤에서 또 영어의 지칭이 불려나올 때가 되었다. 영어에서는 이 복잡한 관계가 uncle, aunt 이 두 단어로 해결이 된다. uncle은 삼촌, 외삼촌, 고모부, 이모부 모두를 지칭한다. aunt는 이모, 고모, 백모, 숙모, 외숙모 모두를 지칭한다. 영어는 '불리는 사람'이 남자냐 여자냐 이것만 주목하는데, 한국말은 남자냐 여자는 기본으로 깔고 거기에 여자는 한수 접고 들어가고, 남자는 한수 먹고 들어간 것도 모자라 위냐 아래까지 따지다 보니 호칭, 지칭이 비엔나 소시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