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도서관에 책두레 신청을 하려고 접속했다가 성인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는 자서전 쓰기 강좌를 보았다. 자서전과 글쓰기의 기초부터 책의 형태로 만들어 기지까지의 전과정을 진행하는 21강의 강좌였다. 나 같이 의문을 가질 사람을 염두에 두었는지, '자서전은 꼭 나이가 많아야 하거나 유명해야 쓸 수 있는 글은 아닙니다. 자전적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과거와 화해하고, 살면서 느낀 소중한 것을 다른 이에게 유산으로 남길 수 있는 창작활동으로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와 삶을 돌아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활동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참여 기간과 내용, 신청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었다.
교육생 선발은 선착순이 아닌 지원자의 신청서를 취합해서 도서관 프로그램 담당자와 강사들의 협의 후 선정이 되는 과정으로 신청서에는 자기소개, 프로그램 신청 이유,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을 기술하도록 되어 있었다.
쓰는 것에 대한 마음을 잠시 접어 넣어 두었던 상황이라 누군가 이야기만 꺼내와도 시작할 의지가 있었던 터였다. 자서전 쓰기의 자격에 관해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일단 선정된 후에 다시 고민하기로 하고 신청서를 써 내려갔다.
다행히 선정이 되었고, 참여의사를 언제 고민했냐는 듯 자축을 하며 첫 수업에 참석했다. 긴 강좌를 함께 할 교육생들이기에 자기소개 시간이 먼저 이루어졌다. 20대 초반부터 80대까지 그야말로 전 연령이 고루 있었다. 대학생, 직장인, 임산부, 전업주부, 퇴직자까지 처해 있는 상황도 하나같이 같은 경우가 없었다. 교육생을 선발할 때 의도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참여자들을 통해 자서전 쓰기는 연령에 제한이 없다는 것,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21강을 참여하며 내가 얻고자 하는 것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본다. 이 시간들을 통해 내가 지나온 시간을 들여다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성찰해 보고 싶다.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살아온 발자취를 되돌아가 여행하는 매력적인 일 같다. '그때 그랬었지. 내가 꽤 괜찮았었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는 일이었는데 그때는 길고 어둡기만 한 터널같이 느껴졌었구나.'하고 희로애락의 장면들을 여행하며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위안을, 때로는 응원을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을 가는가는 것보다 가기 전에 더 설렌다고 하는데 지금의 마음이 그렇다. 자서전을 위해 떠나는 시간 여행의 출발점에서 그 설렘을 누리고 있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자서전을 개정하는 날이 온다면, '이만하면 되었다'하는 문구를 덧붙일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