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가입한 지 석 달이 다 되어간다. 이제 조금은 브런치에 적응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보람차고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글을 통해서 서로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브런치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내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눌러 주시는 분들, 정말 이 분들이 글을 계속 쓸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리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열심히 다른 사람을 응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볼 기회, 그리고 주변을 한 번 더 돌아볼 기회를 가짐으로써 자기 성찰의 폭을 넓히고 자기 발전의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의 글쓰기의 여정도 여기 브런치의 기를 받아서 탄력을 받지 않을까 한다.
올해는 모과와 인연이 많은 것 같다. 아파트 앞 모과나무를 보고 소소한 감동을 받아서 에세이를 썼고,나의 브런치에 ‘아파트 앞 모과나무’(2024. 11. 09. 발행)라는 제목으로 에세이를 올렸다. 그리고 그 내용으로 ‘시를 작성해 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소소한 감동’(2024. 11. 11. 발행)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작성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모과향’이라는 제목의 시를 쓰게 되었다.
시를 작성하려면 먼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 때 그다음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시 자체는 짧지만 시를 작성하게 된 동기나 배경 이야기들이 궁금할 때가 있었다. 문득, 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하나의 좋은 에세이로서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는 ‘모과향’ 시 뒤에 숨겨진 스토리를 적어 보려고 한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우리 아파트 모과나무 열매도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며 가며 모과를 주워 모아 거실 바구니에 담아 놓았다. 향이 날이 갈수록 거실 가득 채워졌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모과는 오래가지 못하고 한 달도 채 안되어서 썩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모과에 관한 시를 작성해 볼 수 없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우선, 과학교사 출신다운 발상으로 ‘모과’에 관한 시를 검색하여 분석해보기로 했다. 검색된 몇 개의 시들을 읽어 보고 생각해 보았다. 그중에'한날 한시'시밴드에서 발견한 서안나 시인의 ‘모과’라는 시가 눈에 확 들어왔다.
모과
서안나
먹지는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바라만 보며 향기만 맡다
충치처럼 까맣게 썩어버리는
그런 첫사랑이
내게도 있었다.
이 글을 읽는 순간 그야말로 소름이 확 돋았다. 와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이렇게 모과의 특성을 첫사랑에 빗대어 멋들어지게 표현할 수 있었구나 하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다.
자, 그럼 나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냥 말없음표다. 막막하다.
내가 무슨... 초보자가...
그러고는 한동안 잊고 지냈었다.
어느 날 새벽 물 마시러 거실로 나가서 전등불을 켜보았다. 모과향은 굉장히 진해졌는데 오늘따라 모과가 거뭇거뭇 문드러지고 있었다. 문득, ‘아 이 모과는 향기를 발하면서 썩어 가는구나, 썩는 만큼 그 향기가 진해지는가 보다, 속이 타는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뭔가 시가 될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상에 앉아 몇 자 적어 보았다.
모과향
모과 몇 개
바구니에 담아 놓았다
그 향,
방안 가득 그윽한데, 모과는
그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아, 어쩌면 삶이란
그것이 속이 타도록
그 향기 그윽하게 하는 일인지 모른다.
최초끄적여본 시다. 일단 적어 보아야 한다. 그다음 여러번 읽고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생각하고 고치고 생각하고 고쳐보고... 무슨 일이나단번에 척척 잘 풀리는 일은 없다. 시는 더더욱 그러한 것 같다. 위에 끄적여 놓은 상태로는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생각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일단, 믿을 만한 사람에게 조언을 받아 보기로 했다.
도서관 ‘시 창작 교실’강의를 해 주셨던 분에게 보여 주고 조언을 받았다.
다음은 '우리 시 선생님'의 조언이다;
“위 두 연 다음에 설득력 있는 문장이 하나쯤 더 배치되면 좋겠다, 시적인 진술이 더 필요해 보인다”,
“「어쩌면 삶이란」 말을 「어쩌면, 우리 사는 일도」로, 「저 썩은 모과처럼 속이 문드러지도록 참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견디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정도로 보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고민해 보세요”하시는 말씀.
마지막 문장이 문제다. 초보자들의 한계가 여기다. 뭔가 한방이 될만한 말이 떠올라야 되는데 말이다.
며칠 고민 끝에 떠오른 말; ‘모과는 못생겼지만 모과향은 못생긴 게 있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여 다시 정리하였다.
모과향
모과 몇 개
바구니에 담아 놓았다
그 향,
방안 가득, 그윽한데,
그 향기, 더욱 짙어지는데
모과는, 그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아, 어쩌면
우리 사는 일도
그것이 속이 타도록,
견디는 일인지 모른다
그리하여,
몸은 사그라지고
향기로 말하는지 모른다
그렇다,
못난 모과는 있어도
못난 모과 향기는 없는 것이다.
자꾸 읽어보면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보인다고 하셨다.서너 번, 아니 대여섯 번 더 읽어보고 생각해 보았다.
2연에서 「그 향」과 「그 향기」가 중복되었다는 지적이 있었고 「못난 모과 향기...」라는 말이 부자연스러우니까, 이 말 대신에 「향기 없는 모과는 없다」로 하면 훨씬 자연스러운 문장이 되겠다는 '우리 시 선생님'의 조언이다. 왜냐하면 앞 연에서 향기로 말한다는 말이 있기때문이 아닐까 한다.
여기서, 「못난 모과향기는 없는 것이다」를 「 향기 없는 모과는 없는 것이다」로 고친 것은 '신의 한 수'가 아닐까 한다. 각각 읽어 보면 그 느낌 차이가 확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