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해도 확실한 오늘의 행복
서태지와 아이들을 안다고?
"엄마한테 붙지 좀 마!!"
평소보다 이른 아침, '아, 나 지금 잠꼬대하는구나.'라고 느끼며 잠에서 깼다. 마침 옆에서 자던 첫째의 다리가 내 배 위에 올라와있다. 발을 슬쩍 밀어내고 돌아누워 보지 못했던 tv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ott 팝업창을 띄운다. 그리고 일명 '온라인 폐지 줍기'로 각종 앱을 돌며 출석체크를 해서 1원씩, 10원씩 모은다.
어느새 아이들이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재미있게 보던 '스모킹 건' 프로그램 팝업창을 닫고 아이들의 엉덩이를 토닥토닥, "개똥이 들아, 일어나자~!" 부드럽게 깨운다.
까치집이 되어 머리가 뜬 첫째와 퉁퉁 부어 입 옆에 침자국이 묻은 둘째가 식탁에 앉는다. 어제저녁에 따로 남겨둔 갈비탕 국물에 후루룩 밥을 말아서 먹인다.
멋 부리기를 좋아하는 둘째는 심혈을 기울여 옷을 골라 입고, 아무 생각이 없는 첫째는 엄마가 던져주는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아파트 공동현관 앞에서 아이들의 사진을 매일 한 장씩 찍는다. 사진 찍기가 싫어 뛰어가는 첫째의 뒷모습, 한껏 포즈를 잡는 둘째의 모습을 남긴다. 둘째의 말랑말랑한 손을 잡고 함께 학교 담벼락을 걷는다.
이제 나만의 시간이다. 하교하기 직전까지 시간은 아침시간보다 객관적으로 몇 배의 시간이다. 그러나 아이들 없이 보낸 내 시간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통째로 잘려나간 것 같다. 벌써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다.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진정시켜 본다.
아이들과 가장 많이 씨름하는 저녁시간. '차라리 안 보련다.'의 마음으로 모르는 척 마음을 삭히는 시간이 길어진다. 문제집 안 풀려면 그냥 자자고 구슬렸다.
"거실에서 엄마랑 잘 사람??!!" 두 녀석 다 "나!!!!" 하며 손을 든다. 이상하게 이 순간은 아이들이 나에게 애정표현을 하는 시간 같아 뿌듯하다.
불을 다 끄고 누워 오늘의 감사한 일 하나, 내일이 기대되는 점 하나를 이야기한다. 내일 급식이 기대된다는 귀여운 이야기를 들으며 웃었다. 그래, 학교는 놀고, 먹으러 가는 곳이지.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이 나오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엄마, 다리가 아파. 발 좀 만져줘."라고 말하며 나에게 다리를 올린 딸의 종아리를 만지다가 장난기가 발동해 버렸다. 기타를 튕기듯 종아리를 긁으며 "징징자가자가~~ 징징자가자가~~~~ 난 정말 그대, 그대만을 좋아했어~~~~~~ 난 알아요! 이 밤이 흐르고 흐르면~!!!" 노래를 부르며 몸을 파닥파닥. 가만히 듣고 있던 첫째가 말한다.
"서태지와 아이들?"
"어? 어떻게 알았어? 이 노래는 엄마가 초등학생일 때 나온 노래인데?"
"용 선생 만화한국사에서 봤어."
"그래? 그럼 더 신나게!!!! 징징자가자가 징징자가자가!!!!!!!!!!!"
푸다닥푸다닥. 누워있지만 강렬한 댄스타임.
"으아~ 엄마 이제 그만해~~~"
내가 역사의 산 증인이 된 것인가, 나의 유년시절이 이렇게 역사의 한 자락이 됨을 느끼고 말았다.
어느새 고롱고롱 얕게 코를 골며 잠든 둘째의 손을 잡고, 첫째의 길쭉해진 몸을 어루만진다. 초등 학부모 타이틀로 지내는 나의 일상 중 아주 소소하지만 가장 확실했던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