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한 마리가 쓰레기봉투에 코를 박고 헤집다가 문득 움츠리듯 멈춘 자세로 쏘아본다. 여차하면 도망이라도 가야겠거니 판단하려 함일터인데 나는 외려 고양이가 나를 공격해 올까 움츠려든다.
아무렇지 않은 척 고양이 너한테는 아무 관심도 없어. 그러니 너 하던 거 계속해. 나도 가던 길 갈게..
주문을 걸듯 언뜻 마주쳤던 눈길조차 부딪친 적 없었던 듯 걷던 속도, 방향, 자세까지도 그대로 유지하려 애쓰며 걷는 건 혹 녀석이 내 두려움과 경계심을 알아차려 나를 까니 보고 시비라도 걸어올까 봐서다.
해코지할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늘 고양이가 무섭다. tv에 나오는 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좋아하면서도 고양이 관련 프로그램 시청은 무리다.
검은 고양이는 검어서 무섭고, 얼룩 고양이는 얼룩져서 무섭고, 큰 고양이는 커서 무섭고, 날렵한 고양이는 날래서 무섭다.
동그라니 표정 없는 눈도 무섭고 수염도 무섭고 발톱도 무섭고 조용해서 무섭고 우는 소리도 무섭고 거친 혓바닥도 무섭고.. 이쯤 되니 고양이한테 미안할 지경이다. 고양이가 알면 얼마나 억울하고 터무니없다고 할까.
사람과의 관계도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에 대해 한 가지 감정이 생기면 - 그 감정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 그 감정에 자꾸만 매몰되어 헤어나지 못하는..
얼마 전 친구가 건강이 안 좋아 입원을 했는데 그 무렵, 일에 있어서도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주변 사람 하나가 얼마나 싫은지 그 사람을 보는 건 물론이거니와 그 사람의 발소리와 목소리조차 듣기 싫었다고 했다. 웃음이 나왔다.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고양이들이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나 스스로 고양이에 대한 공포를 증폭시키고 싶지는 않다. 굳이 무서운 이유를 찾으려 애쓰는 일 따위도 하지 않으려 한다. 불현듯 고양이와 마주쳐도 그냥 무심히 지나칠 수 있기를.. 고양이들도 내게 그래주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