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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비닐우산

by 쿠키

눈을 떴을 땐 제법 비가 내리고 있었다.

새벽녘 뒤척임은 비 때문이었나 보다.

유년시절 등굣길 파란 우산에 부딪혀오던 명랑한 빗소리는 우산을 닮아 맑고 투명했다.

노란 장화가 갖고 싶었지만 한 번도 사달라 말하지 못했다.

학교가 파하고 교실 뒷문 안쪽에 놓아둔 벽돌색 우산통 주위로 한바탕 전쟁이 휩쓸고 지나갔다.

궁금했었다.

동무들은 다들 왜 그리 서둘러 집에 돌아가려는 걸까.


불현듯 떠올랐다,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기 시작했을 무렵..

어릴 적 생일선물로 아빠가 친구가 좋아하는 포도 한 상자를 사 온 그날이 있어 여름이 좋다던 친구의 이야기..


동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교실

천천히 싼 책가방을 어깨에 메고 벽돌색 고무통 앞에 섰을 때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파란 비닐우산이 누더기가 되어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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