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꿈의 기억
아... 또 어젯밤 꿈이 기억나네.
머리가 아프다. 자연스럽게 잠에서 깨어난 것이 아니고, 어쩌다 의식이 각성이 되고, 눈이 갑자기 떠져 잠을 깼습니다. 온몸은 젖은 나뭇잎처럼 무거운데 식은땀 때문에 잠옷 안의 서늘함의 느낌을 알아차리고, 잠시 어두운 방안을 더듬는데 어제 꿈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스토리의 맥락은 단순한데, 순간순간에 직면하는 장면은 초자연적이며, 기묘합니다.
주위의 보이는 환경과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남미 어딘가에 있는 듯합니다. 왜 이런 낯선 곳에 있지?
어느 마을의 골목을 헤매면서 공항으로 가야 하는 절박함을 느낍니다. 그곳 주민인 듯한 사람에게 공항 가는 길을 물어보지만, 내 마음이 급한 것인지,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서 인지, 왔던 거리인 듯 아닌 듯 골목을 계속 헤매고 그곳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묻습니다. 그런데 언덕넘어로 저 멀리 공항에 이륙준비를 하는 듯이 보이는 비행기가 엄청 크고, 금빛이며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엄청난 비행기입니다. 탈출이 아닌가? 멋진 곳으로 가는 중인가? 손에는 티켓인 것 같은 무엇인가가 들려있는데, 아무리 보려고 해도 초점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어느 순간 장면이 바뀌어 마을을 빠져나왔습니다. 모래사장 같이 발목이 빠지는 뛰기가 어려운 듯한 길을 달리고 있습니다. '저 비행기를 타야 해.' 주위에 다른 사람들이 있었는지, 나 혼자만 뛰고 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꿈은 여기까지 기억이 납니다.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니 꿈은 잠에서 깨어나면 대부분 잊혀진다는데,
나에게 몇 가지 유형의 꿈은 이상하리만큼 꿈의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주차장에서 차를 찾아 헤매는 꿈, 어렵사리 차는 찾았는데, 이번엔 막상 키가 없습니다. 이번엔 키를 찾아 또 헤매는 상황을 비롯해서 어디론가 찾아가야 하는데 길을 헤매는 꿈이 나에겐 가장 자주 기억에 남는 꿈입니다.
친구, 가족, 학교, 직장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가 기억에 남을 강렬한 꿈을 꾸게 한다고도 하고,
스트레스와 불안감은 생생한 꿈의 원천이라고도 합니다.
내가 직장으로부터 퇴임당한 이후에도 이런 꿈을 꾸는 이유가 그저 내가 예민해서일까요? 마음깊이 불안과 두려움이 더해지기 때문일까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힘들 거라고 알려주는 걸까요? 그 금빛 비행기를 타지 못한 것이 뭔가를 암시하는 걸까요?
아침에 상쾌하게 눈을 뜬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없습니다.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