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지발가락으로 따봉하려는 심정으로

뇌졸중 마비환자의 재활의 성공을 염려하는 모든이에게

by 길잃은 바다거북

재활 중인 환우의 보호자분들께,

조급하고, 답답하고, 염려되는 마음… 잘 알아요.

그래서 다그치고, 재촉하고, 간절한 마음에 매일 닦달하게 되시는 것도 이해해요.

하지만 제가 겪은 뇌졸중 마비는,

정말 말 그대로 약지발가락으로 따봉을 하려는 심정이었어요.

머리는 "움직여!"라고 외치지만,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아요.

그 약지발가락 하나를 보며 애써 집중해도,

움직인다 싶으면 옆 발가락까지 엉뚱하게 함께 움직여서

결국 내가 원하던 방향은 아닌 엉성한 반응만 남아요.

될 것 같은데 안 되는 그 간극,

그 초조함과 자괴감,

그걸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러다 괜히 짜증도 나요.

그런데 그 짜증은,

누구 때문이 아니라 움직이고 싶은데 못 움직이는 내 몸 때문이에요.

보호자도, 치료사도

‘약지발가락으로 따봉하는 법’을 설명할 수 없듯이

우리가 왜 안 되는지, 왜 이렇게 느린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어요.

한때는 자유롭게 움직이던 내 팔다리가

어느 날 갑자기 말을 안 들을 때,

사람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멍청해진 기분이 들어요.

그 마음을 알아주세요.

환자 본인도 스스로를 잘 모르겠어서

보호자의 염려가 가끔은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건,

정말 몰라서 그런 거예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 짜증내던 환자가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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