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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급자족 Nov 02. 2024

광장시장에서 못 볼 것을 봤다.


가족과 동묘 찍고, 울에서 가장 유명한 빈대떡집 앞에 줄을 섰다. 


무방비 상태로 못 볼 것을 봤다.


 식당 아주머니께서 빈대떡 반죽을 빨간 플라스틱 바가지에 담아 외부에 설치된 대형 프라이팬에 올리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그.. 런.. 데.


 지글지글 끓는 기름 위에 반죽을 먼저 놓는 게 아니라 빨간 플라스틱 측면을 먼저 기름에 담갔다.


매 반죽마다 지글지글 기름 속라스틱 바가지 측면을 넣은 후 반죽을 떨궜다. 빈대떡의 모양을 유지시키고, 기름이 튀는 걸 방지하는 것 같았다. 


 자리에 앉아 울고 싶었다. 충격을 받았다. 자세히 보니 플라스틱 모서리 한쪽이 기름에 녹아 없어져 있었다. 눈 씻고 봐도 빨간 바가지 오른쪽이 녹아있다. 마모되어도 문제겠지만 자세히 보니 진짜 녹아있는 것이다. 매 순간 플라스틱 가며 빈대떡과 고기완자를 요리하는 거다. 만약 고객에게 어떤 작용의 결합으로 발병한다면 그건 이상하거나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닌 거다.


오른쪽이 녹아내린 빨간 바가지

잘못 봤겠지. 한 번만 그랬겠지.  생각하다가 아무리 관찰해도 매 반죽마다 플라스틱 먼저 녹인다.

빨간바가지를 기름속에 먼저 담그고 조심스럽게(?) 반죽을 내려놓는다. 그뒤에도 계속 바가지로 쉐입을 다듬는다. 기름과 마찰해가며.

혼자 갔다면 그대로 백스텝 해서 나왔겠지만, 가족과 테이블에 착석했다. 육회와 마약김밥을 먹었다. 반죽을 뜨는 바가지가 식용인가?라는 착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화기애애 빈대떡고기완자를 즐기고 있. 


뜨거운 짬뽕 배달 그릇도 플라스틱이고 믹스커피도 비닐 케이스로 휘휘 저어 먹지 않는가. 기름에 녹이는 플라스틱 바가지은 자연스러운 섭리다. 내가 이상한 다...


바가지의 측면이 기름물에 녹아있다.

TV에서 맛집이 나올 때면 가족 나의 반응을 관찰한다. 소라를 양파망에 담긴 그대로 삶기, 뜨거운 물에서 플라스틱 채반 바구니로 삶은 국수 건지기. 뜨거운 어묵국물이나 떡볶이 프라이팬 위에 하루종일 지글지글 끓고 있는 플라스틱 국자. 게다가 한쪽은 녹아내려 그을려는 국자를 발견하면 그대로 눈을 감 TV를 끈다.


하루종일 반죽을 퍼서 뜨거운 기름에 올리려면 손목이 아파서겠지. 그래서 가볍고 싼 플라스틱 바가지를 쓰는 거겠지.


고객의 건강은? 그렇게 돈을 버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식당 안에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도 계셨고, 고작 6살쯤으로 보이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식당에서 나올 때에도 여전히 대기줄은 길게 늘어져있었다. 식당에서 나오니 비로소 수레 위의 음식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플라스틱  주걱이 눈에 들어왔다.


세상은 별문제 없이 돌아가는데, 내가 이상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를 빼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보다. 초등 딸도 나한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란다. ㅎ


남편에게 앞으로 시장에 오게 된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라고 물었다. 대답대신 아들에게 농담을 건넨다.


"아들아, 우리  다음에 또 시장에 오게 되면 쇠로 된 대형 국자를 집에서 가져오자."

 

"우리 녹두 빈대떡 반죽은 이 쇠국자떠주세요" 하잔다. 그렇게 하더라도 플라스틱 기름 속에서 요리하는 거다.


일반적으로 빈대떡집 앞에는 맷돌이 놓여있다. 맷돌에 녹두가 돌아가는 모습, 누가 봐도 건강한 음식을 파는 모양이다.

 이제는 "저 녹두를 삶을 때 무슨 바구니 채반으로 건졌을까? 어떤 바가지를 기름 속 국자로 사용했을까?"란 생각이 다.


내가 이상한 걸 거다. 환경호르몬도 자주 먹어줘야 건강하나 보다...

초록창에 (빈대떡집 플라스틱)으로  검색하니 시장 내 다른 유명 맛집 빈대떡에서 플라스틱 바가지 잔해물이 나왔다는 후기만 올려져 있다. 사진은 못 찍었단다. 장님께 말씀드리니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셨단다.


다른 가게도 플라스틱 바가지를 기름 위에서 쓰나 보다. 그게 싫으면 (자급자족!) 집에서 해 먹어야겠지. 그동안 가족의 추억이 담긴 시장 나들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피곤한 나들이 남았다.


카운터에서 돈 받던 친절한 사장님, 저는 용기가 없어 말을 못 하고 왔습니다. 사장님의 빈대떡집은 시장의 역사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역사이기도 하죠. 마 발병의 역사는 아닐 거예요.


뜨거운 기름에 넣는 국자는 빨간 바가지가 아닌 용도에 맞는 걸로 구입하시면 어떨까요? 매번 기름에 녹아진 바가지  비용이 지출되 아시잖아요. 


고객의 건강을 생각하는, 가족의 추억이 이어지는 역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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