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남편이 준비해 두고 간 아침 반찬은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햄 부침이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인덕션 위에 역시나 한 냄비의 김치찌개가 놓여있었다. 김치찌개에 익은 깍두기가 들어가 있다. 햄은 잘게 썰어 계란물에 넣고 한꺼번에 부친 듯하다.
아침에 먹고, 도시락 2개를 싸고 남은 건 작은 냄비에 옮겨 냉장보관했다. 피난민 반찬이라 점심도시락과 저녁까지 해결하니 식비는 절약되겠다.
아이들에게 오늘은 밥 따로 국 따로가 아닌 국에 밥을 말겠다고 미리 얘기했다. OK라고 응답해서 국그릇에 밥 세네 수저를 담고 김치찌개를 덮밥처럼 얹어줬다. 애들이 샤워하고 나와 한 그릇 뚝딱 먹었다.
다 먹을 때쯤 초등딸에게 남편의 전화가 온다. 스피커폰으로 들어보니, 남편이 딸에게 사과하는 듯했고, 딸은 아침에 예민해서 그랬다며 화해하는 듯했다. 남편이 딸 핸드폰을 슬쩍 봤나 본데.. 서로 얼굴을 붉혔나 보다.
남편이 아들에게는 오늘 끓인 돼지김치찌개가 나은지, 지난번에 끓인 참치김치찌개가 나은지 묻는다. 다음번에는 맛있다고 하는 찌개를 끓일 거란다. 아들은 참치, 나는 돼지고기를 넣은 찌개가 맛있다고 대답했다.
30일 후, 중학생 아들은 2차 지필평가인 기말고사를 본다. 1차에서 시험을 안 본 과목도 있어 과목 수와 시험범위가 상당하다. 시간관리와 멘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남편과 내가 3:2로 과목수를 나눠 서포트하기로 했다. 남편이 도덕과 기술가정 교과서를 복사하여 빈칸 구멍을 뚫어오란다. 설마 진짜 구멍을 뚫어오란 말인가 스티커를 붙여오란 말인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직장맘으로서 이거라도...이것밖에 해줄 게 없다.
아이들 어렸을 때는 발견하지 못했는데 나보다 남편이 아들의 성적에 관심이 많다. 시험준비 서포트에 집요하다. 습관이 잘 잡히면 아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겠지만, 지금은 남편의 부탁을 그냥 따를 뿐이다.
그나저나 빵꾸 뚫으라고 한 교과서를 식탁 위에 두고 왔다. 아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