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각자의 강점으로 가지고 있어 상호보완적이라고 한다.각자의 장점이 존재해서 좋은 게 아니라, 상대방의 장점을 본받아 내 것으로 만들 때에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한다.(당연한 얘기다. 괜히 봤다.)
한 번도 남편의 장점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 더더욱 상대방의 장점을 배워볼 마음이 없었다.나이차가 많이 나지만,재테크 실행력 측면에서는 나보다 지식이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할 때가 많았다.
남편의 장점을 찾아보고 하나씩 본받을 점을 찾아보려고 한다.오늘 잠깐 마트에 나와있는데, 남편으로부터 메시지가 와있다.
계획서가 안 써져서 직장에 가는 중. 여차하면 근처에서 자고 내일도 직장에 가서 서류 출력까지 다 하고 올게. 내일까지만 아이들 봐줘.
요즘 공모교장 원서를 준비 중인데, 응시 원서인 학교 경영계획서를 다 쓰고 온다는 것이다. 여차하면 주변 아무 숙소를 잡아 자고 이어서 작업할 예정인가 보다.
문자를 보고 남편의 장점에 대해 생각해 봤다.
평소에는슬렁슬렁 다니며 사람 좋아하고큰 계획이 없어 보인다.꿈이'미래를 위해 저당 잡히지 않고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삶'을 사는 것이란다.여행 좋아하는 유유자적 목가형이다.
근데 뭔가 본인이 해야겠다고 결정하는 순간,물불 가리지 않고 짧게 빡 집중했다가 끝내버린다.남편의 인생에서 딱 세 번 "물불 안 가리기"가 있었던 것 같다.
첫 번째는 사범대학 4학년 시절, 중등교사 임용고시이다. 재수하고 싶지 않아 졸업반일 때 빡! 6개월 집중해서 합격해버렸다고 한다.
두 번째는 고등학교 교사 신분에서 교육청 장학사 시험을 봤을 때이다. 좋아하던 술담배를 하루아침에 끊더니, 딱 100일간 퇴근하고 도서관에서 새벽까지 공부했다. 준비기간 3개월이라는 단기 속성으로 합격했다. 개인당 응시기회 3회라는 조건이 생겼을 정도로 장수생이 존재하는 시험이었다.
세 번째, 40대인 남편은 교감으로 근무하고 있고,세월을 기다리면 교장으로 자연 승진할 것이다. 그런데 30 학급의 힘들 것 같은 고등학교의 공모교장에 지원하는 것이다. 또 술담배를 딱 끊더니, 모든 걸 일사천리로 메모하며 준비 중이다.
'주변 내려놓고 물불 안 가리기'는남편이 가진 장점 같다.
뭔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저돌적으로 몰입해서 끝내버리기
아마 장기간 고생하는 것보다 낫기에 주변 모든 걸 잠시 내려놓고 단기 몰입하는 것 같다.
나이 들어서도전 중인 게 있다.쉬운 일이 아니다.혼자만의 싸움을 하면서도전을 이어가는 것은고통스럽고 외로운 일이다.그게 장기전이라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