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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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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휘 Oct 08. 2024

지하철에서 우는 사람을 보았다

아파서 그만뒀던 그 곳에서의 기억

 지하철에서 우는 사람을 보았다.

 아무래도 직장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인 것 같아보였다. 그 사람을 보니 불현듯 나의 짧은 직장 생활이 떠올랐다.


 불과 한 달 밖에는 다니지 못했던 곳.

 나는 그 때 당시 돈이 없어서 병원에도 갈 수 없었고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심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먹을 약이 없었다.


 사실 난 그 곳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다.

 일을 잘 하고 있는데도 계속 되는 태움과 상사의 서릿발 같은 말에 나는 그만 집에 돌아와서 했어야 했을 뒷담화를 소리내어 혼잣말로 말하기 시작했고, 그걸 들은 다른 직원은 그걸 그대로 가서 상사에게 이야기했다.

 순식간에 나는 그 곳에서 왕따가 되었다.

 말도 안 되는 양의 일감을 몰아주기 시작했고, 쉼터를 살았던 때가 재직기간과 겹쳤던 터라 제 시간 안에 귀소하지 않으면 페널티가 주어졌던 그 때에 일찍 퇴근하던 나를 보고 뭐라하지 않고 그 다음 날 왜 일찍 혼자 퇴근했냐고 사람들 많은 곳에서 면박을 주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한 달을 다니다가 업무 강도와 따돌림의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무단 퇴사를 해버렸다.

  퇴사를 했던 그날은 스케줄 근무를 펑크내버렸고 몸도 따라주지 않는터라 전화에 대고 펑크를 내면 어떡하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상사에게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할 수 밖에 없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파서 그랬던 나는 혼자 화를 삭이고 있었고, 전화를 끊고 문자로 상사에게 나의 속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나에게 사직 수리를 하러 오라고 문자를 보내던 상사가 기억난다. 사직 수리를 하러 갔을 때 눈도 못 마주치던 상사. 그리고 다들 내 눈치만 보던 직원들의 분위기까지. 그 날의 분위기를 모두 기억한다.


 지하철에서 울던 그 사람은 어떤 일을 겪고 그렇게 지하철에서 혼자 훌쩍훌쩍 울었던 걸까.

 그 사람도 뭔가 그 사람만의 사연이 있진 않았을까.

 

 마음 속으로 휴지를 백 만 장은 꺼내줬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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