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휘의 삶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휘 Oct 11. 2024

내가 알아서 한다고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

 세무사 준비를 그만 둔 뒤로 내 인생에 대한 간섭이 많았던 나의 양친은 어느 정도 멈씰 물러나는 듯 했다.


 ‘어렵게 시작하는 나의 이야기’에서 일전에 이야기 했듯 나는 원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다. (아직 내가 선택한 가족은 존재하지 않긴 하지만) 독립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채로 처음 본가를 나오고 나서 다시 본가로 들어가고 난 이후 나는 원가족과 섞이지 못하고 그냥 그저 그런 생활을 햇수로 3년 째 이어나가고 있다.


 나의 모친이 어느 날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 친구의 영향을 받아 진로의 방향을 결정하게 되었는데, 나의 나이를 충분히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었느냐 아니었느냐에 대한 물음이었다.


  나는 사실 좀 피곤했다. 그냥 내가 한 결정을 그대로 믿어주면 좋을 것을. 그놈의 걱정과 노파심. 나는 그 걱정과 노파심 때문에 병을 얻었다.


 공황장애와 우울증은 나와 이제 함께 가는 병이 되어버렸다. 의대를 가야만 했던 나는 ‘완벽해야만 하는 나의 성적표’를 위해서 매일 하고 싶지 않은 공부를 밥 먹듯이 해야했다. (정말 나는 말 그대로 밥 먹고 공부만 했다.) 나는 이유도 모른 채 공부를 하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또한 나는 지금을 즐기고 싶었다. 아니 앞으로도 현재를 즐기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내 목표다. 나는 매번 미래를 걱정해서, 미래를 생각해서 나의 지금을 희생해왔다. 그런 결정은 더 이상 나를 위해서 내리고 싶지 않았다.


 요즘 나는 나의 모친과의 대화하려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은연 중에 자신의 의도를 심으려는, 그 죄책감을 일으키는 대화가 불편하고, 또 막연히 미래만을 고민하게 만드는, 걱정만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그 태도가 불편하다.


 그렇다고 내가 YOLO(You Only Live Once)족도 아니다. 돈을 펑펑 쓸만큼의 재력이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나는 지금의 학교 생활을 위해 내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심지어 이번 학기는 성적 장학금까지 받았단 말이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눈치가 보여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삶은 짧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도 전에 죽어버릴 수도 있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안 뒤로부터는 더 이상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희생하며 미래를 만들어 나가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의 적당한 조화를 이루면서 사는 게 내 인생의 제 1순위 목표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하철에서 우는 사람을 보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