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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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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휘 Oct 18. 2024

이따금씩 차오르는 분노

내가 가진 그늘은 이렇다

 지하철.

 집에 가는 중에 난 여느 사람들처럼 인스타 릴스를 휙휙 돌려본다.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숏폼을 본다는 죄책감 때문일까 나는 주로 마음을 일깨워주는 명언을 담은 릴스를 주로 보려고 노력한다. 어쩌면 릴스 중에서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되는 걸 보고 있으니 나는 괜찮다는 정신승리일 수도 있는 거지만 말이다.


 글을 쓰고 연기를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서 나에게 영감을 주는 소재를 찾는 건 중요하지만, 나는 책이나 사람들에게서 그 소재를 얻는 걸 바람직하다고 느끼는 사람인데 - 어쩌면 이마저도 요즘 시대에 고리타분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생각이지만 - 아직도 쉬는 시간에 릴스나 보고 있다는 것이 가끔은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질 때였다.


 릴스에서는 한 외국 드라마의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집안이 다 무너져가는데 너는 여기서 소방관 행세나 하고 있냐며 소방관 캡틴으로서 당당하게 사회 일원으로 일하고 있는 여성을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친부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 말에 집에 가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서는데 그 여성의 친부는 여성의 포니테일 머리를 쥐어잡고 당겨 마치 그 여성이 자신의 아래고, 자신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듯 굴었다. 다행히 주변에 있던 동료들에 의해서 상황이 수습되고 학대 상황은 일단락된다. 그리고는 그 여성은 거울을 보며 자신의 긴 머리를 잘라내버린다. 그 장면을 끝으로 영상은 끝이 난다.


 스멀스멀 화가 올라오는 걸 느끼는 나는 아 그것이 또 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가정폭력에 의한 PTSD.


 난 이렇게 내가 직접 겪는 것이 아니더라도 정서적으로 또는 육체적으로까지 학대를 하는 양육자가 매체를 통해서 보이면 여지없이 화가 치밀어오른다.


 난 내가 가진 그늘에서 비롯된 병적 증상이라는 것에 자괴감에 빠질 때가 많다. 내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PTSD를 가진 사람이라니. 가끔은 진단을 받을 때면 어안이 벙벙한 느낌을 받는데 이 이야기를 들을 때에도 그랬었다.


 트리거 Trigger로 인해 올라온 감정은 쉬이 사그라들지 못한다.


 이럴 땐 주변 사람들의 큰 목소리에도 쉽게 반응하게 되고 그 사람들에게 짜증을 느끼기도 한다. 어금니를 사리물게 되고 나는 곧이어 머리께가 긴장되고 목 뒤가 뻣뻣해짐을 느낀다.


 내가 꾸준히 다니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는 이 PTSD가 앞으로도 계속 있을 거라 이야기했고, 나는 그 사실을 씁쓸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가정폭력은 영혼을 살해한다. 자아를 성장하지 못하게 하고 사람을 과거에 머물게 한다.


 과거에 머물게 하는 나의 포니테일이 오늘도 나의 흙탕물 같은 마음을 일렁이게 만든다. 나는 과연 릴스에 나온 여성처럼 나의 머리를 과감하게 자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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