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북메모장을 쓰기 시작한 이유
나는 뻥튀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싸고 맛 좋고 양도 많은 뻥튀기를 싫어한다니. 마카롱이나 머랭에 길들여진 입 짧은 고급입맛이라 그런가 싶어 나를 흘겨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니다.
단지, 먹은 것 못지않게 참 많이도 떨어지는 뻥튀기 가루 때문이다. 먹고나면 무릎 위에 수북수북 쌓여진 하얀 가루들. 한숨 보다 가벼운 것들의 흩날림. 나는 와삭와삭 먹었다 싶었던 것들이 내 뱃속이 아닌 무릎 위에서 나풀나풀 대는 것을 보면서 아깝다,아깝다 하며 가루를 쓸어담는다. 그리하여나는 뻥튀기와 멀어졌다.
책도 마찬가지다. 와삭 와사삭-맛나게 읽었다 여겼던 활자들이 다 읽고보면 내 무릎팍에 수북하다. 그리고 얼마안가 허공을 떠돌다 잊혀진다. 꼴깍꼴깍 침 삼켜가며 한줄 두줄 아껴 읽었던 내 책들이 머릿속이 아닌 공기 중을 떠돌다 사라진다는 사실이 얼마나 끔찍한가. 빨간펜으로 밑줄 쫙쫙 긋고, 책 한귀퉁이 고이 접어 평생 잊지 말아야지 했던 맛깔난 문장을 한줌 부스러기로 날려버릴 순 없지 않은가.
나는 단순히 활자가 아까워서가 아니라 그 맛을 잃고싶지 않다. 문장을 읽는 순간 느꼈던 정신이 확 들 만큼 짭짤한 조언이라든지 사르르 녹아들 것만 같은 달콤한 비유라든지 입에 착착 달라붙던 쫄깃한 감성이라든지. 나는 한 문장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오감을 잃기 싫어서 한 톨도 남김없이 싹싹 주워 적는다.
2005년.
그러니까 내 나이 10살 때부터
북메모(독서기록장)을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10년 넘게 모은 활자 부스러기들이 모이고 모여 앞으로 이십년은 끄덕없을만큼의 든든한 양식이 됐다.
+십 년 넘게 북메모장을 써온 24살 여대생 낭만에디터입니다. 활자 부스러기를 주워모았던 그간의 길고도 짧은 시간을 조곤조곤 풀어보고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