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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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윤혁

푸른 사막에 대한 예언

우리가 모르는 삶을 살아온 인도자가, 우리가 더럽힌 생명을 마시고 길을 보이리라. 대지의 수호신을 타고 바람의 장벽을 넘어 환상 속의 실재를 보는 눈은 우리가 더럽힌 것들과 말을 나눌 수 있으리라.

가장 소중한 이의 남은 살갗이 두레박이 되어 생명을 길으면 분노로 물든 물의 안식처가 화를 식히고 세상을 내리리라.

환상이 실재가 되어 내린 세상에서는…

마지막 문장이 기억나지 않았다. 수십 번을 외우고 되뇌이고 입 안이 건조해 텁텁해질 때까지 꼭꼭 씹어 녹여 먹은 예언이었음에도. 나는 물이 한 방울 남은 유리잔조차도 스스로에게 부을 기력이 안 남은, 고사 직전의 식물처럼 늘어졌다. 바삭하게 굳은 목의 잔근육들에 힘을 줘 고개를 돌렸다. 내 옆에 눕듯이 앉은 너도 똑같이 지쳐 있었다.

네 눈에는 별이 들어 있다. 아니면 바닷속의 여행자를 안내하는 발광 진주라든가. 은하수를 볼 수 있다면 가장 가운데에 있는 블랙홀을 삼킨 눈동자라고 표현했을지도 모르겠다. 은하는커녕 별과 바다조차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는 무어라고 불러도 아무도 지적하지 않을 테니까.

“아이르.”

초점을 잃은 눈이 내 시선을 피해 슬금슬금 아래로 내려간다. 진동 센서를 잃었으니 더 이상 내 말이 들리지 않을 터였다. 굳은 진흙처럼 갈라진 채 오물대는 내 입술이 네 이름을 갈망하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네 눈 안에서 파도가 친다. 비가 내린다. 폭포가 은하수를 깎아지른 것처럼 쏟아진다. 그것은 정말 오래된 표현이다.

너는 후련한 표정으로 가슴을 편다. 보기 흉하게 녹슨 골격이 붉게 달아 올랐다. 세계의 열기를 홀로 흡수한 것처럼, 그러나 뜨겁지는 않다. 오히려 차갑게 식어 간다. 그러니 우리는 파괴가 아닌 온기를 네게 묻히려는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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