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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에세이 일렁 Nov 01. 2024

사통팔달의 열린 HQ

EP06, 아모레퍼시픽 사옥, David Chipperfield

[Prologue]

사옥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입면의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여름에는 청량한 느낌이었다면 겨울의 흐린 날씨 속에서는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설계자인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 1953~)는 조선의 백자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아 절제되고 잔잔한 형태를 만들고자 했다. 그의 의도대로라면 흐린 날과 더 잘 어울리는 건물인 것 같다.

©2022. illeong All rights reserved.


[Episode]

[은빛 장막]

입면에 촘촘히 박혀있는 납작한 수직 루버(Fin)는 산화처리 및 반사율을 최적화하여 겨울에도 실내 자연광 전달이 원활하도록 제작되었다. 이렇게 루버는 실내 채광량을 조절하고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유리 입면에 무게감을 더한다.

건물은 사방으로 출입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든 출입이 가능하다. 네 개의 출입구는 각각 남산, 공원, 한강, 도시를 향한다. 외부공간과 출입구 사이에 굵은 원형기둥이 길게 늘어선 회랑이 있다. 회랑의 유리면이 깊게 들어가 있어서 상부 매스가 더욱 도드라지게 보인다.


[일렁임 아래의 아트리움]

내부로 진입하면 거대한 아트리움이 나타난다. 외부와는 다르게 온통 노출콘크리트로 덮여있어 더욱 육중하게 느껴진다. 에스컬레이터 또한 콘크리트로 말끔하게 마감되어 있다.

로비는 완전한 공공 개방의 공간이다. 지하로 내려가면 신용산역과 이어지는 지하도와 상점들이 나열되어 있다.

위를 올려다보면 콘크리트 보처럼 보이는 그리드 구조물이 있고, 그 사이로 잔잔한 바람에 하늘빛을 품은 물이 일렁이고 있다. 빛의 산란, 일렁임이 바닥에서도 느껴지면 더 좋았을 텐데 천장을 바라봐야만 해서 목이 상당히 아프다.


[깔끔한 아무림]

지하층에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이 있다. 엘리베이터로 입장 후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돌아오는 동선인데, 조명의 색온도를 통해 공간을 구분하는 디테일이 보인다.

바닥마감 석재의 이음부와 유리난간의 이음부도 정확하게 일치한다. 또한 천장 콘크리트 경계의 교차점마다 정확하게 조명이 설치되어 있다. 이음부가 전선을 매설하기에 용이해서 이런 배치가 나타난 것 같다.
이러한 아무림이 당연한 것인지 장인을 판별하는 기준인지는 모르겠으나, 앞으로의 실무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라는 생각이 든다.

건물의 모든 사이니지에 아모레퍼시픽의 글꼴이 적용되어 있다는 점에서 브랜드의 독창성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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