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난해 서울시에서 제작한 신형 지하철 노선도가 올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의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IF 디자인 어워드, IDEA 디자인 어워드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불리며, 수상 가치가 높아 전 세계의 기업과 디자이너들이 출품한다.
신형 지하철 노선도는 도입 당시에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중앙에 배치된 원형의 2호선 순환선은 사람들의 시선을 더욱 쉽게 사로잡았다. 환승역 표기는 기존의 태극 문양에서 신호등 방식으로 변경해 더욱 알아보기 쉬워졌다. 서울시에서 20~30대 내국인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아이트래킹 기술을 활용해 실험한 결과, 역 찾기 소요 시간은 최대 55%, 환승역 길 찾기 소요 시간은 약 69%가량 개선됐다고 한다. 심미성과 사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신형 지하철 노선도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지하철 노선도 리디자인(re-design)을 주관한 권은선 서울시 공공디자인진흥팀장은 한 인터뷰에서 “디자인은 물건을 예쁘게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그 기능을 사용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라 말했다.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그 과정 끝에 나온 결과물을 총칭한다. 물론 디자이너 존 야블론스키가 제시한 심미적 사용성 효과 개념에 따르면, 사람들은 아름다운 디자인이 사용성이 더 높다고 느낀다. 공공디자인진흥팀 또한 “이제는 기능과 편의는 당연할뿐더러 미적인 완성도 역시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디자인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문제 해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종종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잊고 심미성에 치중한 디자인을 하는 경우가 있다. 5월에 서울시는 2026년까지 한강 잠수교에 분홍색 공중 보행로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디자인은 실현 불가능하며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11월 18일부터 28일까지 주민등록증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할 예정이지만, 사람들은 주민등록증 디자인 변경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단순히 심미성에만 치중된 가짜 디자인이 아닌,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진정한 디자인이 이뤄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