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속가능경영은 어떻게 가능한가, 풀무원

경영이야기

by 류운천

기업은 종종 영업이익과 사회적책임 사이에서 망설인다. 사회적 책임을 포기하면 당장 눈 앞에 더 많은 매출과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적에 쫓기는 기업일수록 사회환경적 요인을 뒤로 밀어두려는 욕구가 커진다. 그래서 어떤 기업은 윤리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며 이윤을 추구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상품의 선택기준이 가격과 품질에서 신뢰와 가치로 옮겨가고 있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기업은 신뢰를 상실하고 생존의 갈림길에 직면하게 된다.


철학자 윤석철은 말한다. 지속가능성은 환경이나 법률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와 신뢰의 문제이다. 기업에서 사회적 책임경영은 단순한 도덕적 명분을 넘어, 리스크를 줄이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모든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구축하는 유효한 도구다. 단순히 법적요건을 넘어 도덕적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지속가능경영은 CSR, CSV, ESG가 지향하는 궁극점인 목표점이다. 이들은 모두 지속가능경영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 뿌려지는 씨앗이다.


우리는 지구를 위한 비즈니스를 한다.

파타고니아(Patagonia)는 미국 암벽등반가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가 설립한 환경친화적 의류회사다. 처음 생산제품은 암벽용 고정 확보물인 피톤(Piton)이었으나 바위 손상을 가속화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사업을 포기했다. 이후 환경영향이 적은 라이프스타일 의류시장에 진출을 목표로 남미의 청정지역 파타고니아를 모티브로 1973년 회사를 설립했다. 사업초기에는 협력사의 품질과 재고 관리 소홀로 5년 넘게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다.


회생의 전기는 의외의 곳에서 찾아왔다. 오리지널 브랜드가 된 플리스(Fleece) 자켓, 플리스는 기모 처리한 폴리에스터 원단을 사용하여 보온성이 우수하여, 1980년대 미국에서 캐주얼이 유행을 탈 때 직장인들에게 오피스룩으로 각광받으며 메가 히트 상품이 되었다. 당시엔 플리스가 약간 비싼 가격에 판매되었으나, 유니클로가 ‘후리스’라는 이름으로 저가 제품을 출시하면서 전 세계인의 겨울 외출복장이 되었다.


파타고니아는 친환경을 경영철학으로 한다. ‘이 자켓을 사지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슬로우패션(Slow fashion)으로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96년부터 모든 의류제품에 유기농 섬유를 채택했다. 협력업체의 목화밭에서는 화학비료 대신 자연을 품은 흙의 숨결만이 스며든다. 플리스에 들어가는 폴리에스터도 분해된 플라스틱을 100% 재활용해 사용한다.


파타고니아는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2011년부터 사회적, 환경적, 윤리적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임을 상징하는 비콥(Benefit Corporation)을 천명하고, 스스로 외부기관의 엄격한 평가를 받고있다. 캘리포니아주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으로 등록하고, 매출의 1%를 환경단체에 기부한다. 2022년에는 지분의 98%를 환경보호단체(Holdfast Collective)에 기부하여 배당금 전액이 환경보호에 사용되도록 하는 궁극적인 가치경영을 실현했다.


파타고니아 대표는 말한다. 이제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이다. 우리는 지구를 위한 비즈니스를 한다. 환경단체를 통하여 회사를 지구에 기부하는 형태로 소유구조를 변경한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윤리적 책임을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Fast fashion를 거부하고 Worn wear(고쳐입는 패션)를 지향하는 것, 고쳐쓰고 나눠 쓰는 것이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바른 먹거리로 지구와 사람의 건강을 만든다.

풀무원은 1981년 설립된 대한민국 식품기업이다. 유기농식품점에서 시작하여 매출규모 3조원이 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풀무원은 2018년 지속가능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비전을 발표하면서 사회적, 환경적, 윤리적 책임을 구체화하였다. 2005년 국내 최초 HACCP인증 획득을 시작으로 2006년 국내 최초 완전표시제 도입, 2007년 국내 최초 동물복지제도 시행으로 사회적책임 경영의 모범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2015년 로하스식 생활교육을 시작했다. 로하스(LOHAS :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는 건강과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실천 활동이고 이는 곧 이웃사랑 생명존중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로하스는 농약과 화학 비료가 아닌 안전한 유기농 농산물에서 시작한다. 나아가 원산지와 제조부터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신완전표시제를 도입하고, 고객의 선택할 권리를 보장한다.


풀무원은 직원을 '지식작업자'라고 부른다. 지식자업자는 자신이 하는 일의 목적을 알고 목적에 따른 결과를 예측하며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끊이 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와같은 목적중심경영은 '우리는 왜 일하는가'라는 방법론을 찾기위한 워크샵을 통해 완성된다. 매년 개최되는 워크샵에서는 풀무원정신과 지속가능경영에 관하여 토론한다. 풀무원의 지속가능경영은 미래세대의 기반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바른 먹거리로 사람과 지구의 건강한 내일을 만드는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풀무원은 파타고니아처럼 사회적 환경적 윤리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하여 비콥(B Corp)인증 취득을 추진 중이며 우리나라 중견규모 이상의 기업 중 유일하게 인증단계에 있다. 비콥은 주주뿐만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비즈니스를 선한 영향력으로 활용하는 경제를 추구한다. 풀무원은 식품 업계 유일 17년 연속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주관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풀무원은 말한다. 지속가능한 경영은 원칙이 아니라 생활이 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전담조직을 만들고 명확한 지침과 방향을 설계해야 한다. 풀무원 바른마음경영실은 재무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한다. ’풀무원 투게더‘ 캠페인은 지역사회와 취약계층이 더불어 성장하는 기업, 나를 위하고 지구를 위해 함께 풀무질하는 상생 프로그램이다. 풀무원과 함께하는 것만으로 환경을 지키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다.


------------- j --------------------------


지속가능경영은 나와 내 가족을 위한 것이다.

류운천이 무역회사의 상파울루 지사장으로 근무시 5만명이 넘는 교포사회가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했다. 우리 교민이 현지 부인복 시장에서 4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거의 없었기에 이기적인 민족으로 미춰지고 있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교포사회뿐만 아니라 양국간 무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생각했다.


홍보효과를 위해 한번에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는 행사를 고민한 끝에 '소아암돕기 달리기대회'에 참가를 결정했다. 참가계획서를 만들어 교민회, 영사관, 주재상사 등 찾아다니며 참여를 부탁했다. 주최측에 한국인 100명이 대회에도 참가하고 기부금도 내겠다고 하니 우리를 공식 후원단체로 등록해 주었다. 대회 포스터에 적혀 있는 '한인사회(Comunidade Coreana)' 이름은 모두에게 작은 울림을 주었다. 그렇게 한인사회는 브라질에서 현지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지속가능경영의 터전을 넓혀갔다.


지속가능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기업의 약속이며, 결국 내 가족과 내가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것이다. 파타고니아가 지구를 위해 회사를 기부했고, 풀무원이 바른 마음으로 식문화를 바꾸었듯, 작은 연대의 실천도 세상을 움직인다.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은 개인의 철학을 넘어 공동체의 생존전략이 된다. 이제 기업은 물어야 한다. “우리는 누구와 함께,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 대답이 곧 지속가능경영의 시작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리의 고객가치는 무엇인가, 맥도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