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야기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디지털시대를 넘어 AI시대로 접어들며 변화의 속도는 더욱 가팔라졌다. 어제의 신기술은 오늘의 평범함이 되고, 고객은 항상 새로움을 추구한다. 하지만 우리는 변화를 어려워하고 때로는 두려워한다. 실패에 대한 공포와 비난 때문이다. 내가 망설이는 동안 고객은 떠나고 실적은 감소한다. 평온해 보이는 오늘이 내일의 위기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필립 코틀러는 말한다. 시장은 마케팅보다 빠르게 변한다. 변화의 속도를 읽지 못하면 제아무리 훌륭한 마케팅 기법도 무용지물이라는 의미다. 리더는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변화를 창조하여야 한다. 리더는 기업의 흥망성쇠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리더의 역량에 따라 사업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리더는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여야 한다. 정체는 곧 퇴보다. 가장 위험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망설이는 동안 경쟁자는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위험한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미국 CTA(소비자기술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ICT전시회다. 매년 1월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되는 CES는 4500개사, 15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지상 최대의 첨단기술 쇼다. 1976년 시카고에서 태동했을 때는 그저그런 가전전시회였다. 당시 CES는 봄과 가을 년 2회 주요도시를 순회하며 개최되었다. 전시품이 TV, 라디오 등으로 한정되어 기술 트렌드를 반영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결국 전시회는 사양곡선을 그렸다.
1982년 게리 샤피로(Gary Shaipro)가 CTA에 합류하며 CES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법대 졸업후 입법보좌관으로 활동하며 가전기술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았다. HDTV모델 스테이션과 가정녹음권리연합(Home Recrding Rights Colition)을 설립해 기술 성장과 소비자 이익을 대변했다. CTA는 샤피로가 소비자 기술을 산업 입법정책과 연결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하고 전격 영입했다. 그는 기술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CTA와 업계의 연결자로서 입지가 단단하게 다져 나갔다.
1995년 CTA의 CEO에 취임후 CES 운영체계의 전환을 도모했다. 년 2회 개최하던 순회 전시회를 1회 라스베가스로 단일화하였다. 그리고 테크업계의 트렌드를 반영하여 전시회를 제품중심에서 플랫폼중심으로, 기술중심에서 경험중심으로 전환하였다. 이에 따라 전시품의 범위를 가전에서 컴퓨터, 이동통신, 디지털, 콘텐츠, 헬스케어, 모빌리티 그리고 스타트업 등으로 확장하고, 전시회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기술무대로 도약시켰다. 시장보다 빠르게 변하는 전시회를 만들어 낸 것이다.
CES에 참가하여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세계 최대의 무대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혁신상(Innovation Awars)이다. 년초에 권위있는 단체CTA로부터 기술을 인정받았다는 명예 때문이다. 혁신상은 최근 1년간 시장에 출시된 신제품을 대상으로 기능성, 디자인성, 혁신성을 평가하여 선정된다, 심사위원은 100명이 넘는 업계, 학계, 언론계 전문가로 구성된다. 우리기업은 2026년 전체 혁신상 347개중 206개를 수상하여 2025년에 이어 최다 수상국의 자리를 지켰다.
게리 샤피로는 저서 ‘Pivot or Die’에서 말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간절함을 유지하고, 대의를 유지하라. 자만하지 말고, 패배를 단정하지 마라. 누구에게도 위축되지 말고, 전진하기 위해 현상을 타파하다. 정보가 불안전해도 빠르게 움직여라. 샤피로는 혁신을 통해 CES를 모든 기술기업이 반드시 참여하여야 하는 플랫폼으로 재탄생시켰다. CES는 시장을 쫓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Pivoting하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도 성장을 지속하려면 외인구단의 DNA가 필요하다.
메쎄이상(Messe Esang)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시주최자다. 2023년 국내 전시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하며 전시업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언어학을 전공한 조원표가 B2B전문 전시기업 메쎄이상을 설립한지 20년 만의 성적이다. 대학졸업후 산업부 기사로 활동하며 시장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혜안이 생겨 산업현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처음에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경력을 쌓고 좀더 역동적이고 성장가능성 큰 산업으로 판단한 전시업계로 피봇하였다.
전통적인 전시산업은 정부의 정책전시회이거나,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변화가 적은 보수적인 영역이었다. 거기에서 커다란 가능성을 보았다. ‘전시회도 사업처럼 계획을 세우고 경영할 수 있을까’라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방법을 고민하던 중 온라인 상거래기업 알리바바가 자체 전시회를 운영하는 방식에 영감을 얻었다. 그래서 B2C는 온라인에서, B2B는 오프라인에서 상호작용하며 시너지를 일으키도록 설계하였다. 그렇게 메쎄이상이 탄생했다.
메쎄이상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넓혀갔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인 M&A을 적극 활용했다. 경향하우징 페어를 인수해 Korea Build로 재설계한 것을 시작으로 유아용품, 코팅, 농업, 반려동물 전시회를 연속적으로 인수하며 국내 최대 전시전문기업(PEO)으로 성장했다. 그 결과 창업 20년만인 2023년 매출 500억, 이익 20%를 달성하며 코스닥상장에 성공했다. 이 모든 변화와 성장뒤에는 철저한 데이터 경영이 있었다.
메쎄이상의 차별화된 강점은 데이터 기반 전시회 운영 역량이다. 중심에는 자체 개발한 FMS(Fair Management System)가 있다. FMS는 단순한 행사관리 수단이 아닌, 관람객의 이동경로, 상담이력, 설문조사, 기업매칭 현황 등 모든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지능형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어떤 기업이 어떤 고객과 연결되었는지, 어떤 제품이 실제 현장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메쎄이상 대표 조원표는 말한다. 코로나19처럼 급변하는 환경에서도 성장을 지속하려면 외인구단의 DNA가 필요하다. 외인구단은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전시회 참가기업을 연결하고 산업을 숨 쉬게 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플랫폼은 데이터를 먹고 성장한다. 데이터는 기억보다 강하고 감정보다 정확하다. 메쎄이상의 FMS는 전시회를 경험중심의 행사에서 데이터중심의 과학으로 발전시켰다. 또 메쎄이상을 전시산업의 중심에서 꼭대기로 올려 놓았다. AI시대의 생존전략은 결국 지속적인 피봇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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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언제나 경영전략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류운천이 근무하던 전시기획사는 국내 최대의 전시장을 가지고 있어, 대부분의 수익은 전시공간 임대에서 발생했다. 수도권이라는 입지 덕분에 수익은 안정적이었으나 성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전시뿐만 아니라 기업회의, 종교행사, 콘서트, 버라이어티쇼 등으로 확장하기 위한 마케팅을 전개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소규모 행사는 호텔이나 컨벤션센터와의 경쟁이 치열했다. 차별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영역으로의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선택한 영역이 전시장 운영대행 사업이었다. 인도 뉴델리에 건립된 야쇼부미(Yashobhoomi) 전시장 운영권을 확보한 것을 기점으로 말레이시아 페낭까지 진출했다. 그리고 잠실에 건설되는 서울 최대 전시장 운영대행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었다. 전시장 임대사업에서 운영대행사업으로의 진출은 전시기획사로서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이며 미래를 위한 전략적 Pivot이다. 이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전시기획사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은 언제나 경영전략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변화를 읽고 선제적으로 시장을 만들어 가는 기업은 생존한다. CES는 혁신상에서 전환점을 찾았고, 메쎄이상은 FMS로 피봇에 성공했다. 피봇은 본질을 유지하면서 방향을 바꾸는 전략적 진화다. 성공에 이르려면 환경이 아니라 가능성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고 창의적으로 도전하여야 한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전략적으로 피벗할 수 있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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