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사람들은 모든 것에 가격을 매기는 것 같아"
(Seems like everybody's got a price)
영국 가수 Jessie J의 노래, 'Price Tag'의 한 구절이다;
겉으로는 경쾌한 리듬이지만, 그 속에 담긴 가사는 생각보다 날카롭다;
돈과 매출이 우선이 되고, 진실은 뒷전이 되는 세상
(When the slaes come first, and the truth comes second)
... 중략...
왜 모두들 '돈'과 '가격'에 집착하는 걸까?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닌데....
(.... Why is everybody so obsessed? Money can't buy us happiness)
초등학생 때 이 가사를 처음 접한 나는, 그냥 신나게 따라 부르기 바빴다 - '난 행복도 좋고, 돈도 좋은데?'싶은 마음으로.
그런데 어른이 되어 현실을 마주하니, 그때는 몰랐던 가사의 무게가 새삼 다가온다;
노래 'Price Tag'이 지적한 것처럼,
우리는 모든 것에 값이 매겨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
아무리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하는 일에 따라 지위가 나뉘고,
내가 누리는 행복조차 SNS 속 타인의 삶과 비교되는 순간 우열이 갈린다;
가장 씁쓸한 건, 개인의 영역이자 보람이 되어야 할 '노력 (effort)'에도 값이 매겨진다는 점이다;
그 값은 '지위'가 되기도 하고, '소득'이나 '연봉'이 되기도 한다.
공부의 경우, '성적'이 곧 노력의 '가격표'처럼 여겨진다.
이상적인 세상이라면 결과에 관계없이, 노력 그 자체 만으로 충분히 값진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우리의 노력은 결과에 따라 그 값을 평가받고, 이는 곧 자신의 가치로 직결된다.
그리고 우리는 누가 정한 지도 모를 그 '값'에 목메다 점차 스스로에 대한 주도권(autonomy)을 잃고 만다.
'진정한 교육은 단순히 '정보'를 배우는 것이 아닌
사고하는 능력을 기르는 훈련이다'
(Education is not the learning of facts; it's rather the training of the mind to think)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교육과 공부의 본질은 세상에 휩쓸리지 않는 사고력을 기르는 데 있다; 올바르고 정교한 사고를 통해,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러나, 내가 경험한 한국에서의 교육은 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생각'을 길러주기보다 온통 '정답'을 맞히는 데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페이스는 고려되지 않고, 책상에 앞에 앉아 몇 시간씩 문제를 푸는 것이 '공부'였다.
속으로는 이 현실에 대한 회의감이 넘쳐났지만, 학창 시절의 나는 시스템에 반항하는 무모함보다는, 복종하는 '안전함'을 택했다 - 그때는 '학교에서 인정받는 것'이 세상이 전부인 줄 알았으니까.
그렇게, 나는 공부의 주도권을 '성적'이라는 기준에 반납했다;
삶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시간에, 한 문제라도 더 푸는 것이 '옳다'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어떻게든 책상 앞에서 버티기 위해 애를 썼다 - 맞춘 문제들이 내 성적이 되고, 성적이 곧 내 가치를 결정할 테니까.
높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방식도 단순했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기출문제들을 질리도록 반복하고, 오로지 '정답'을 찾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
그렇게 정답을 좇을수록, 내 사고는 점점 경직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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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는 그 틀에서 벗어나려 한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예민한 기질 탓에, 사소한 것에도 쉽게 흔들리는 나는
늘 ‘내 뇌는 이상한 걸까?’라는 의문을 품고 살았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
그 이유가 궁금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혹은 나처럼 자신을 답답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싶었다.
하지만 내 마음과 감정을 들여다보는 건 그동안 사치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 욕구들을 애써 외면하고, 억눌렀다.
그러나 이제는,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기로 했다.
뇌와 마음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는 것.
이를 통해 나뿐만 아니라 타인과 연대하며,
서로를 ‘치유’하는 것.
(나름 거창하게 세운) 새로운 목표를 향해,
지금껏 미뤄왔던 심리학과 뇌과학을 ‘마음이 가는 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당장 성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 과정 자체가 내 삶을 주도하는 힘이 될 테니까.
무엇이든 가격표가 붙는 세상에서,
적어도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내 주변 사람에게 값을 매기지 않으려 한다.
내가 내 가치를 정할 수 있도록.
더 이상 타인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도록.
(번외)
아.... 미래의 나는 분명 이 글을 읽고
오글거려할 텐데.......
벌써부터 손발이 오그라든다